그룹계열사 디지털 역량·IT시너지 확대 초점
부사장급 인사 선임하며 그룹 내 무게감 높여

(사진=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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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올해 핀테크를 주축으로 한 금융권 지각변동이 예고된 가운데 금융그룹 내에서 ‘디지털 사령탑’으로 불리는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직책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CDO는 금융 계열사마다 자리 잡고 있는 디지털 부서의 역량을 집약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보호 등 리스크나 IT그룹등과 조화로 금융그룹 전체의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과제를 맡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각 금융그룹은 이달 CDO 자리에 신규 인재를 선임했거나, 기존 인사를 그대로 유지했다. 금융그룹들은 지난 2017년부터 ‘CDO’라는 C급 임원 직책을 정식 명명하고 금융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환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 금융그룹 별로 CDO가 집중하는 업무와 겸직 체제는 다르지만, 부사장급 인사를 선임하는 등 CDO 직책과 계열사의 디지털 조직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KB금융그룹은 통상 최고디지털책임자로 불리는 타 금융그룹의 CDO들과 달리 CDO를 ‘데이터총괄’로 명명하고 디지털혁신총괄(CDIO)직을 따로 둬 차별화했다. 데이터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차별화를 꾀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기존 데이터전략본부도 ‘그룹’ 체제로 격상한 바 있다.

현재 KB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한동환 부행장이 그룹 CDIO를 겸직하고 있으며, 은행 데이터전략그룹 윤진수 전무가 CDO자리를 맡고 있다.

금융그룹 중 CDO 직책을 가장 먼저 도입한 신한금융그룹은 CDO 명칭을 ‘최고디지털책임자’로 붙이고 IT자회사인 이성용 신한DS 사장을 CDO 자리에 앉혔다. 아직 공식인사가 나지 않았지만, 현재 직무수행 중이다.

금융그룹 중 IT자회사 사장에 CDO 직책을 맡긴 건 신한금융이 유일하다. IT자회사는 그룹 내 전산시스템 관리, 정보보호시스템 구축 등을 담당한다. 그룹 내 순익 비중이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은행이나 증권사와 비교했을 때 통상 비주류 계열사에 속한다. 신한금융이 수치에 연연하지 않고 신한DS를 앞단에 세운 이유는 자체 신사업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그룹의 경우 CDO 자리에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장인 황원철 상무가 겸직 중이다. 황 상무는 KB투자증권,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에서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역임하며 IT전략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하나금융그룹도 KB와 마찬가지로 CDO를 ‘최고데이터책임자’로 명명했다. 하나금융은 삼성전자 DS부문 소프트웨어 연구소장(전무)를 지낸 ‘삼성맨’인 김정한 부사장을 하나금융티아이 부사장으로 영입하고, 그룹 CDO를 겸직하도록 했다. 김 부사장도 우리금융과 마찬가지로 IT분야 잔뼈가 굵은 외부 인재다.

농협금융그룹은 CDO 명칭을 ‘디지털금융부문장’으로 정하고 농협은행에서 디지털 업무를 도맡아온 내부출신 인사 김남열 부행장을 선임했다. 김 부행장은 현재 농협은행에서 디지털금융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올해를 기점으로 금융그룹 CDO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용정보법의 개정으로 모든 금융사는 핀테크 기업과 같은 출발선에서 새로운 경쟁 국면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그룹들은 핀테크 및 IT기업들과 경쟁을 예견하고 디지털 전환을 최대 화두로 강조해왔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그룹 계열사 사장들도 금융업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후퇴할 것이란 생각으로 CDO 선임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라며 “최근엔 대부분의 금융그룹이 외부 전문가 영입을 확대하고 있어 그룹별 디지털 전략의 차별화에 눈길이 쏠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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