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건수 전년比 1350%↑…연수익 2배 이상 증가
펌뱅킹 저물고 API 뜨는 시점서 효자 노릇 '톡톡'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NH농협은행의 독자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사업이 거래액 3조원 돌파를 앞두며 신 수익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독자 오픈API 사업 브랜드인 NH오픈플랫폼의 지난해 말 거래금액은 2조6056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거래건수는 383만건에서 5552만건으로 1350% 늘었다.

오픈API는 개발자들이 직접 응용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외부에 공개된 API를 말한다. API는 일종의 개발 도구다. 핀테크 기업은 농협은행의 API를 종류별로 선택, 개발해 자사 앱에 간편결제, 자산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5년 국내 은행들 중 최초로 오픈API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예금주조회, 가상계좌, 카드 승인·조회 등 140개의 세부API로 구성된 ‘서비스API’와 약정계좌관리, 사업관리, 제휴관리, 모니터링 등 43개의 세부API로 구성된 ‘관리API’를 제공한다.

은행은 API 사업을 통해 이용 수수료로 수익을 낸다. 농협은행은 고객사에 API 사용 건당 요금을 청구하는 방식을 취했다. 기본적인 금융업무는 건당 10원, 자금이동은 200~300원, 자금이동에 관리기능 포함은 300~400원 등이다. 펌뱅킹 수수료에 비하면 아직 미미하지만, API를 통한 수익은 매년 2배 이상씩 늘고 있다는 게 농협은행의 설명이다.

API 사업은 농협은행에 새로운 파생 사업모델도 제공하고 있다. P2P금융 자금관리가 대표적이다. 이는 P2P기업이 모집한 고객 투자금을 P2P기업 계좌를 경유하지 않고 농협은행 계정에 분리·보관하게 하는 서비스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8년 말 특허청에 'P2P자금관리API'의 특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기업 자금관리 API는 금융서비스 실행에 관리 기능까지 더해져 다른 API보다 수익도 쏠쏠한 편이다.

농협은행이 오픈API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이유는 은행 내부에서 나올 수 없는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API 고객사를 판매채널로 활용해 외부 고객을 끌어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은행과 외부 기업간 전자금융 교류는 펌뱅킹 계약을 체결하고 전용선을 설치해야만 가능했다. 농협은행이 처음 오픈API 사업에 뛰어들 때만 해도 다른 은행들은 자사 정보를 외부에 공개한다는 점을 공감하지 못했다. 외부 기업과 한 번 계약을 체결하면 알아서 막대한 펌뱅킹 수수료가 들어오는 데다, 오픈 API의 초기 투자비용을 고려하면 이를 손해로 봤다.

정부의 오픈뱅킹 정책과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으로 사실상 은행의 API 구축은 의무화됐다. 금융업계는 은행의 펌뱅킹 사업 비중이 점차 축소되고, 오픈 API 플랫폼에 대한 인프라 투자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픈뱅킹 시행을 기점으로 기존 펌뱅킹 수수료의 80% 이상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금융권 혁신정책은 앞으로도 개방형으로 간다. 은행들은 API로 금융정보를 외부에 공개하고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금융권에서 API 시장 선점이 치열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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