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2 21:55 (목)
[응답하라, 우리술142] “봇뜰 소리만 들어도 입에 침 고이네”
[응답하라, 우리술142] “봇뜰 소리만 들어도 입에 침 고이네”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1.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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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맛과 단맛 절묘한 조화, 권옥련 대표의 누룩이 비법
독학으로 술 배워 술도가 차린 첫 케이스, 봇뜰 양조장
권옥련 대표가 만들고 있는 술 좌측부터 백수환동주, 봇뜰막걸리, 이화주, 봇뜰탁주, 홍주, 십칠주 등이다.
권옥련 대표가 만들고 있는 술 좌측부터 백수환동주, 봇뜰막걸리, 이화주, 봇뜰탁주, 홍주, 십칠주 등이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과일이나 곡물을 발효시켜 만드는 음료의 맛의 중심은 단맛과 신맛, 그리고 쓴맛이다. 단맛은 원재료가 가지고 있는 단맛이며 신맛은 발효과정에서 효모와 효소들이 만들어내는 맛이다. 또한, 목넘김과 함께 묵직하게 다가오는 쓴맛은 술이 가진 알코올의 맛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맛들의 균형이 잘 잡힌 술을 좋은 술이라 말한다.

우리 막걸리 중 맛좋은 신맛을 내는 술은 그리 많지 않다. 신맛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해서 양조자가 신맛이 가진 리스크를 취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맛은 자연 상태에서 발효된 술안의 유익균들이 당분을 독점하기 위해 여타 미생물의 접근을 막으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맛 중 하나다.

남양주에서 술을 빚는 봇뜰 양조장. ‘큰 보와 너른 뜰’이 있는 곳이라 해 붙여진 지역명을 사용한 술도가다. 이 양조장의 권옥련 대표는 신맛과 단맛이 잘 어우러져 주당들이 입맛 다시는 술을 만들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술맛을 아는 사람들은 봇뜰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일 정도이니 말해 더 무엇하겠는가.

기자에게도 이 양조장의 술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5년 전 우리 술을 배우기 위해 찾은 전통주 교육기관인 ‘막걸리학교’에서 처음 맛을 보고 막걸리에 대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준 술이 바로 이 술이었다. 당시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던 술에 익숙해 있던 기자에게 이 술은 막걸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줬고, 더 많은 우리 술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해주기도 했다.

봇뜰에서 빚는 술은 양조방식과 누룩(발효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 기준별로 크게 두세 종류의 술로 나눌 수 있다. 빚는 방식에 따라 구분하면 덧술을 두 번 하는 삼양주와 한 번 하는 이양주로, 발효제를 중심으로 나누면 일반 밀누룩으로 빚는 술과 녹두와 쌀로 빚은 백수환동곡으로 빚은 술, 그리고 쌀누룩으로 빚는 이화주 등이 있다. 여기에 발효주와 증류주 등으로도 나눌 수 있으니, 권 대표 혼자 무척 다채롭게 술을 만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권 대표가 우리 술에 관심을 두게 된 까닭은 어머니의 술맛에서 비롯된다. 아이의 백일과 첫돌에 쓸 술을 친정어머니가 빚어 줬는데, 그 술을 마셔본 사람들이 맛있어하면서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것. 결국, 그렇게 시작된 술빚기는 전통문헌을 찾아가며 10여년 술빚기와 누룩 딛기를 해오다 주변의 권유로 지난 2010년경 술도가 면허를 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직접 디딘 누룩으로 술을 빚고 있는 봇뜰양조장의 권옥련 대표. 그는 여타 양조장과 달리 독학으로 술을 배워 자신만의 독특한 술을 만들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직접 디딘 누룩으로 술을 빚고 있는 봇뜰양조장의 권옥련 대표. 그는 여타 양조장과 달리 독학으로 술을 배워 자신만의 독특한 술을 만들고 있다.

즉 봇뜰은 여타 양조장과 달리 독학으로 술을 배워 상업양조에 나선 첫 술도가라 할 수 있다.

권 대표가 처음 빚은 술은 자신의 밀누룩으로 삼양을 한 봇뜰막걸리와 칩칠주. 권 대표의 시그니처 술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전통주 전문주점 등에서 꾸준하게 판매되는 술이기도 하다.

이어 나온 술은 녹두와 백미로 디딘 백수환동곡으로 빚은 ‘백수환동주’. 술 이름은 흰 머리를 가진 늙은이가 아이가 된다는 뜻으로 각종 병을 물리칠 수 있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고조리서인 <양주방>에 따르면 이 술은 석탄주처럼 입에 머금은 뒤 삼키기에도 아까운 술맛을 지녔다고 쓰여 있기도 하다.

이밖에도 권 대표는 자신의 삼양주를 증류해서 붉은색을 띠는 지초를 통과시켜 빚어내는 홍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신맛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자신의 쌀누룩으로 이양한 ‘봇뜰 탁주’도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혼자서 빚는 술의 종류가 많다보니 남편과 딸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많은 양조장들이 기성 누룩이나 입국을 사용하고 있지만, 권 대표는 자신의 누룩으로 술을 빚어야 하는 생각으로 누룩을 직접 디뎌 왔는데, 이를 손쉽게 성형할 수 있는 기계는 남편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술을 거르는 일이나 빚는 과정에선 딸의 손길도 더해진다. 권대표의 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금은 밀과 보리 쌀 등을 타작하지 않고 디딘 누룩으로 술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어쩌면 권 대표의 손에서 우리술의 초기 원형이 만들어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새 술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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