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직원 “마스크 미착용 시 고객들이 불쾌감 보이기도 해"
비상대책위 가동…전 직원 마스크 착용 및 손 세정제 비치

29일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KB민은행)
29일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KB민은행)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고객들이 많이 찾는 은행들도 확산 예방을 위한 비상대응 체계를 선포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함에 따라 은행들도 비상대책위원회와 종합상황반을 설치하는 등 감염병 대응 및 확산 예방 체계에 돌입했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전 영업점에 고객용 손 세정제와 비접촉식 체온계, 감염 예방 수칙 배너 등을 비치하고, 근무 직원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또 직원들의 단체활동을 자제하도록 하고, 공항이나 외국인 밀집 지역 소재 영업점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더욱 세심한 주의를 당부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8일 지성규 은행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현 국가전염병에 대한 위기대응 단계를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

KEB하나은행 위기대응 단계는 관심(Blue), 주의 (Yellow), 경계(Orange), 심각(Red) 등 총 4단계로 이뤄져 있다.

KEB하나은행은 영업점을 찾은 고객들의 감염 예방을 위한 고객용 손 소독제 비치 및 감염 예방 수칙을 안내, 직원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물론 동거가족을 포함한 직원의 감염 의심 및 확진 시 자가격리 등의 비상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중국 하나은행 현지법인 역시 5단계의 위기대응 단계를 구축해 시행 중이다.

지성규 행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확산이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은행의 선제적 대응을 통해 은행 영업점을 찾는 국내·해외 고객의 안전과 지속적인 금융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의 경우 해외 영업점 관할 부서에서 비상점검회의를 열고 중국 현지 상황 및 관련 내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비상연락체계를 수시로 가동 중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중국 주재원은 총 28명으로 현재 기준 폐점 계획은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현재 춘제(춘절) 연휴 기간이므로 중국 분행의 영업은 2월 3일부터 시작되나 상해, 쑤저우, 광저우분행은 해당 성 및 시에서 2월 10일부터 영업을 개시하라고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NH농협은행은 29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전국 모든 영업점(1134개)에 방역을 실시할 방침이다.

주요 발생지역인 인천, 김포 등 수도권 지역 소재 영업점을 대상으로 방역을 우선 실시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이번 방역은 신체에 무해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약품을 사용하며, 고객이 많이 왕래하는 영업장, 365코너 및 화장실 등을 중심으로 집중방역을 실시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23일부터 코로나바이러스 관리대책반을 운영 중이며, 전 직원 마스크 착용을 원칙으로 하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중국 여행을 다녀온 직원들을 파악해 감염이 의심될 경우 조치할 방침이다. 특히 외국인 특화점포와 병원 입점 점포, 임산부 근무 점포의 직원들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을 응대하도록 했다.

한 은행 영업점 창구 직원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하루종일 일하니 답답하기도 하고, 마스크 너머로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하다 보니 오후엔 목이 쉬기도 한다”며 “힘들긴 하지만, 전염병 확산을 위해선 꼭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처음엔 마스크를 쓰고 응대 시 목소리가 잘 안 들려 고객들이 싫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스크를 안 쓰고 있으면 불쾌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고객들 역시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영업점에 방문하고 있으며, 내부에 비치된 손 소독제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분위기다. 고객들이 많이 찾는 은행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행도 ‘신종 코로나 대책반’을 구성하고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8일 오전 집행간부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중앙은행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신종 코로나 대책반’ 구성을 지시했다. 대책반에는 부총재(반장), 부총재보, 주요 국실장 등이 참여한다.

한은 관계자는 “국외사무소와 연계해 국제금융시장 동향 등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개상황, 국제금융시장 동향, 우리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정부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부적으로도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른 운영리스크 증대에 대응하여 전개상황별 시나리오에 따른 업무지속계획 수립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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