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많은 시중은행에 고액 자산가 뺏길까 불안
도입 방식에 이견, 시중銀 “정보까지 공유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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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이 오픈뱅킹의 채널 확대를 두고 좌불안석이다. 대면 채널인 영업점까지 오픈뱅킹이 적용되면 점포가 많은 시중은행에 고객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들은 오픈뱅킹을 대면 채널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면까지 확대될 경우 직원용 단말기(PC)에 도입될 확률이 높아서다. 이 경우 제3자인 오프라인 지점 직원이 고객의 동의 하에 전 계좌정보를 기반으로 자사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창구의 고객 유입이 한층 수월해지는 셈이다.

오픈뱅킹은 은행의 결제 망을 표준화하고 개방해 하나의 앱으로 모든 은행의 계좌 조회, 결제, 이체 등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모바일 앱에서만 가능했던 오픈뱅킹이 대면까지 확대되면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은행과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은행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고객의 자의로 금융거래가 일어나는 모바일 앱과 달리 영업점에선 직원 권유로 상품 가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르면 하반기 오픈뱅킹에 대출 계좌 정보까지 추가되기 때문에 은행 간 고객 잡기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오픈뱅킹 고도화 방안 중 입출금·예적금·펀드 계좌 외에 대출 계좌 등 부채 정보를 추가 제공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 중이다.

예적금보다 대출 금리에 더 민감한 고객에게 경쟁력 있는 대출조건을 제시하면 일명 '대출 갈아타기'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거다. 이에 맞춰 일부 시중은행은 이미 오픈뱅킹 전용 대환대출 상품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현재 운영기관인 금융결제원이 은행들을 대상으로 오픈뱅킹 대면 채널 확대에 대한 설문조사를 마친 상태다. 오픈뱅킹 채널 확대엔 공감대를 모았으나 도입 시기와 방식에 이견이 있다. 금융위가 진행하는 오픈뱅킹 고도화 연구 결과 발표 이후에 재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은 고객 정보를 제3자인 은행 직원까지 볼 수 있다는 점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들의 입장을 고려한 차선책은 태블릿 PC와 같은 고객용 단말기에 오픈뱅킹을 적용해 고객 정보를 고객만 볼 수 있게 하는 거다.

오픈뱅킹을 통한 고객 정보를 고객만 볼 수 있게 영업점에 도입하면 은행끼리 계좌 정보를 공유하는 개념이 아니라 오로지 점포만 공유하는 게 된다.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영업거점을 확대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상대적으로 많은 점포를 가진 시중은행이 남 좋은 일만 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반발이 거셀 수 있다.

시중은행은 오픈뱅킹의 대면 적용으로 은행 간 경쟁이 과열될 것이란 점을 인지하면서도, 그만큼 소비자 혜택도 증가할 것이라며 순기능을 더 강조하고 있다. 다른 은행 고객을 데려오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는 금리이기 때문에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내려가고 예·적금 특판 등이 자주 등장할 것이란 설명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대규모 자금 이동이 일어나는 곳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이다. 대면 채널에 오픈뱅킹 기능이 도입되면 고액 자산가들을 뺏길 여지가 충분하다”라며 “지점과 고객 정보를 모두 오픈한다면 지방은행은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중은행 관계자는 “좋은 상품만 있다면 타 은행에 뺏긴 고객을 쉽게 데려올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더 좋은 금융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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