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땜질이다. 3500만명이 가입한 국민보험인 실손의료보험 이야기다. 벌써 3번째 논의다. 실손보험이 구실손(2009년 10월 이전 판매), 표준화실손(2009년 10월~2017년 3월), 신실손(2017년 4월 이후) 등으로 나뉜 건 기존 계약자를 새로운 실손으로 갈아타게 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었다.

개편을 거듭하고 있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실손 가입자 가운데 소액청구자(미청구자 포함) 비중은 94%라 한다. 실손보험에 가입하고도 보험금을 제대로 청구해본 적 없는 사람이 6%의 과잉청구자에게 돈을 퍼주고 있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상품을 조금씩 손질하는 정부의 처방은 벌써 2번의 실패를 맛봤다. 실손 개편 때마다 보장범위는 줄고, 가입자가 부담해야 할 의료비 비중은 늘었다. 대신 보험료를 낮췄을 뿐이다. 국민이 바보인가. 판매한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 중 신실손 가입자 비중은 5%대를 조금 웃돈다. 새로 내놔봐야 기존 가입자는 안 갈아탄단 뜻이다.

이번 개편 논의도 급여와 비급여를 분리해 비급여만 선택 가입하도록 하고, 치료횟수를 제한하는 방향이다. 보장범위를 더 축소하려는 거다. 대신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해 의료이용량이 적은 사람들의 보험료를 깎아주면, 보험료가 크게 오르는 구실손 가입자들을 당겨올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

그렇다고 의료비 부담이 거의 없는 구실손 가입자들이 해지를 선택할리 없다. 구실손은 보험료가 아무리 올라도 “국민연금 받아서 보험료 내는데 쓰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고령화사회에서 의료비 부담 문제는 생존과 직결돼 있다. 저렴한 새 실손보험이 좋다고 갈아타란 건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다. 실손보험은 매해 조단위 적자를 내며 지속가능성을 위협받고 있다. 이제 3500만 가입자에게 동의를 구할 차례다. 실손보험을 지속하고, 보험료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상하기 위해서는 과거 실손 가입자의 상품구조를 바꿔야한다. 땜질식 처방은 앞으로의 세대에게 더 나쁜 수준의 실손보험에 가입하라는 강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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