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 개선·노조추천이사제 등 수락…노조 영향력↑
“과한 노조친화 정책, 오히려 갈등 빌미 될 수도”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사진)이 임기 초반부터 노조 문제로 호된 신고식을 치르며,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비이자이익 부문 상품판매실적을 임직원의 경영성과지표(KPI)에서 축소하는 방향의 성과체계 개편을 추진한다.

기존 KPI 지표에서 개별 실적으로 분리했던 펀드,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판매), 신용카드 등 비이자수익 항목이 통합된다. 지점에 비이자수익 항목마다 따로 목표치를 부여하는 과거 지표에서 벗어나 ‘억지 판매’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비이자이익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직원들의 업무부담을 낮추면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금리로 예대마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타 은행들은 비이자이익을 통한 이익기반 확대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은행의 지난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으로 전년보다 7.2% 감소한 1조4017억원을 시현했다. 이 가운데 연결기준 비이자이익은 578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7.7% 감소했다.

이번 KPI 개편은 윤 행장 취임 이후 이어진 약 한달간의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 투쟁에서 비롯됐다. 윤 행장은 노조와 실천 과제 9개항에 합의한 뒤에야 정상출근이 가능했다. KPI는 9개 항목 중 ‘금융공공성 강화를 위한 비이자수익 감축 등 경영목표 및 경영평가 개선 방안을 강구한다’는 항목에 대한 세부 내용이다.

업계는 윤 행장의 이번 약속을 노조 달래기의 하나로 풀이한다. 이미 지난해 말 기업은행은 은행권 DLF사태 이후 고객수익률 평가시스템 구축, 평가 지표에서 보험 판매 실적 제외 등 한 차례 KPI 개편을 마친 바 있다. 업무부담 완화를 바라는 노조에 대한 윤 행장의 ‘백기투항’이란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윤 행장이 노조와 약속한 ‘노조추천이사제 추진’도 논란이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 인재를 이사회의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이다. 이는 노동자 권리 향상을 이끄는 효과가 있지만, 노조의 경영 개입으로 중요 안건 및 의사 결정이 지연·보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수장의 업무 공백이 길어질수록 영업 전선의 혼란이 심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윤 행장은 너무 많은 것을 제쳐두고 자리에 앉게 된 것 같다”며 “과거에도 국책은행의 ‘낙하산 인사’ 논란에 출근 저지 사태가 벌어졌지만 노조와의 소통 자리를 마련하는 것에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의 노조 친화적 정책은 향후 노조와의 갈등이 심화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윤 행장이 노조와 합의한 것은 함께 협력해나가자는 의도"라며 "선별적으로 가능한 문제부터 풀어나가자는 약속이다.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과제로 해석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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