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센스 얻는 ‘카카오’ vs 제휴 중심 ‘네이버’
금융시장 안정 훼손 우려…“규제 정비 필요해”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한 네이버와 카카오가 신성장 동력으로 모두 금융업을 꼽으며 경쟁을 본격화한다. 올해는 전년과 달리 결제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증권, 보험, 대출 등으로 금융서비스 영역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 13일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올해는 실명계좌 기반의 ‘머니 2.0’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송금·결제 등에 한정된 선불충전사업자에서 직접 상품개발까지 하기 위해 금융업 라이선스를 획득, 온전한 테크핀(기술+금융) 사업자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카카오는 지난 6일 카카오페이를 통해 바로투자증권의 지분 60%를 인수하고 계열사 편입을 완료했다. 사명은 카카오페이증권이다. 현재 카카오페이 선불충전 계좌를 일반 예탁계좌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카카오는 앞으로 카카오페이증권을 통해 카카오톡 플랫폼 안에서 채권·펀드 등의 투자 상품을 판매하는 데 주력한다.

보험상품 개발도 준비 중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와 삼성화재를 통해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예고했다. 내달 예비인가를 신청하고 내년 상반기 중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배재현 카카오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인슈어테크(보험+기술) 기반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추진하고 상품 개발·마케팅 등 전 영역에서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하는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도 금융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별도의 금융업 라이센스를 획득하지 않고 전자금융업자로서 금융사업을 확장한다는 점이 카카오와 다르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매출 목표를 지난해 대비 40% 상승으로 잡았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네이버페이 부문을 분사한 뒤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세운 이후 미래에셋대우로부터 약 8000억원을 투자 받아 금융사업 확장을 위한 실탄을 마련했다. 네이버는 상반기 '네이버 통장'을 시작으로 신용카드 추천, 증권, 보험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종합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30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11월 분사한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테크핀 사업을 강화하며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며 "결제와 연계된 금융서비스들이 선순환 구조를 구축, 타 서비스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해가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유통, 포털 등 다양한 사업으로 고객을 집결시킨 기존 플랫폼에 금융을 연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두고 금융업계엔 두 가지 의견이 공존한다. 전 금융업계에 메기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란 긍정적인 관측과, 플랫폼 사업자들에 적합한 규제가 없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보미 연구원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대 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의 금융업 진출은 금융서비스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비경쟁적 환경 조성으로 인한 비용증가와 플랫폼 간 높은 상호연계성으로 인한 위험 등 금융시장의 위험 증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기업으로 금융시장에 불공정한 경쟁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소비자와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게 금융당국은 제도와 규범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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