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9 04:50 (일)
[응답하라, 우리술 144] 술병 라벨이 예술인 문경 ‘두술도가’
[응답하라, 우리술 144] 술병 라벨이 예술인 문경 ‘두술도가’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2.17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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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벨리 반도체 전문가, 귀촌 15년차에 양조인 변신
맛 중심으로 설계하고 유기농쌀로 빚은 ‘희양산 막걸리’
실리콘벨리에서 반도체 전문가로 일하다 15년 전 문경 희양산 자락으로 귀촌한 후 농부로 변신한 김두수 두술도가 대표. 사진은 유기농쌀로 빚은 희양산 막걸리 발효조 옆에 서 있는 김 대표 모습
실리콘벨리에서 반도체 전문가로 일하다 15년 전 문경 희양산 자락으로 귀촌한 후 농부로 변신한 김두수 두술도가 대표. 사진은 유기농쌀로 빚은 희양산 막걸리 발효조 옆에 서 있는 김 대표 모습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산들이 좌우로 연이어 달리다 문경쯤에서 쉴 틈을 내주기 시작한다. 새도 날아가기 힘들다 해서 이름 붙여진 새재, 그 남쪽으로 분지가 펼쳐지고 이곳에 점촌이 있었다.

새재로 넘나드는 경상도 선비들의 과거 소식을 먼저 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 즉 ‘기쁜 소식을 듣는 곳’, 그래서 붙여진 이름, 문경(聞慶)이다.

지난 주말 휘영청 뜬 대보름달을 보기 위해 문경의 희양산을 찾았다. 토박이들의 귀향이나 외지인들의 귀촌으로 모여진 ‘희양산공동체’의 대보름 행사를 보기 위해서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공동체 회원들의 참여는 적었지만, 달집을 태우고, 타는 장작불 주변으로 원을 그리며 강강술래도 돌고, 끝마무리는 쥐불놀이로 이어진다. 이 공동체에서 농사를 지은 쌀로 빚은 ‘희양산막걸리’ 덕에 몇십 년 만에 대보름 행사를 보는 행운을 갖게 된 것이다.

희양산은 한 무리의 육산 속에 우뚝 솟은 바위산(암산)으로 문경에서 충북 괴산 방향으로 자리한 산이다. 그 모습이 마치 갑옷을 입은 무사가 말을 타고 있는 형상처럼 보인다는 희양산. 그 자락에 모인 ‘희양산공동체’에선 유기농 우렁이쌀을 재배한다.

그런데 쌀 소비가 줄면서 공동체의 고민도 깊어져 갔다. 그리고 쌀의 새로운 소비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술을 빚기로 한다.

이 결정의 중심에 귀촌 15년 차의 농부 김두수 씨가 자리한다. 반도체 등의 IT산업에 종사하면서 즐겨 술을 마셔서는 왔지만, 양조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집안에서 내려오던 술이 있거나 양조의 기억이 있던 것도 아니다. 단지 술을 좋아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에겐 묘한 도전정신이 있는 듯하다.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반도체 관련 회사를 다녔던 김두수 씨는 도시가 싫어져 촌을 선택하고, 전국을 주유하다 희양산 자락에서 발걸음이 멈췄다고 한다. 그리고 밭농사와 복숭아 과수원을 하면서 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활하면서 마을 이장도 맡았다고 한다.

의미있는 도전이라 생각한 김두수 씨는 그때부터 독학으로 술공부를 시작한다. 고 배상면 선생의 <전통주제조기술>이라는 책이 그의 스승이 됐다. 지난 2017년부터 다양한 술을 빚으면서 현재의 술맛을 찾아낸 그는 2년 전에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두술도가’라는 양조장을 문경 아자개장터에 낸다.

김두수 대표는 독학으로 술을 배워 멥쌀로 이양을 한 술을 내고 있다. 사진은 알코올 도수 15도와 9도로 생산하는 희양산 막걸리, 술병의 라벨은 희양산공동체에 속한 동화작가의 작품이다.
김두수 대표는 독학으로 술을 배워 멥쌀로 이양을 한 술을 내고 있다. 사진은 알코올 도수 15도와 9도로 생산하는 희양산 막걸리, 술병의 라벨은 희양산공동체에 속한 동화작가의 작품이다.

우렁이쌀로 이양을 해서 만들어내는 희양산막걸리는 밑술에 대략 5일 정도가 걸리고, 덧술을 해서 3주 정도 발효시킨다고 한다. 이후 저온 창고에서 1달가량 숙성시켜 일반에 공급하고 있는 그의 술은 알코올 도수 9도와 15도 두 종류다.

상업양조를 하기 위해 술공부를 시작했지만, 맛을 중심에 두었기에 그의 술엔 아직 알코올 도수 6도의 술이 없다. 문경의 특산품인 오미자를 이용한 막걸리도 개발이 끝난 상황이지만, 맛을 위해 선택한 도수는 7.8도.

독학으로 술을 빚은 김두수 대표의 술은 담백하다. 9도의 알코올감과 멥쌀만으로 술을 빚음에도 불구하고 단맛과 신맛, 그리고 알코올감의 균형감이 탁월하다. 스스로 다양한 제조법을 실험하면서 안정적인 술맛의 근원을 찾았다고나 할까.

두술도가의 희양산막걸리가 전통주점 등에서 화제가 되는 이유는 술맛에도 있지만, 술의 라벨이 지닌 예술성이 한몫한다. 공동체 내에 동화를 그리는 전미화 작가의 작품으로 막걸리의 라벨을 만들면서 주변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투박하고 촌스럽기만 한 기존 막걸리 라벨만 보던 젊은 소비자들도 그 자체를 힙스터적 요소로 받아들이게 된다.

즉 맛을 중심에 두고 술을 만들면서 그 술의 품질을 대변할 수 있는 그림을 연결하면서, 김 대표 스스로가 스토리텔링을 채워가고 있다. 남은 것은 주당들의 눈길에 많이 노출되는 것. 즉 시간이 두술도가에게 해법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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