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재산’ 신탁 부문 수익 확대 전략 우회
상황 맞춰 조직 개편하고 상품 라인업 재정비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여파로 성장 활로가 좁아진 신탁 부문을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고위험 상품군에 포함돼 이달부터 판매 총량규제가 생긴 특정금전신탁(이하 특금신탁)의 파이를 줄이고, 재산신탁을 중심으로 조직 개편 및 상품 라인업 재정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회사에 맡겨진 신탁재산 수탁고는 968조6000억원으로 전년 말(873조5000억원) 보다 10.9% 증가했다. 이 중 은행이 맡은 수탁고는 480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49.6%에 달한다.

신탁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끈 건 특금신탁이었다. 특금신탁은 고객이 직접 자산운용 대상을 선택하는 신탁 상품으로 자유로운 투자가 가능한 데다 절세 효과가 커 저금리 기조 장기화의 대안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은행도 부동산이나 주식, 채권 등의 유형 재산을 맡기는 재산신탁에 비해 수수료 이익이 더 많아 적극적으로 판매해왔다.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은행들이 보유한 특금신탁 잔액은 133조2047억원으로 전년 말(116조5853억원)에서 3개월 새 17조원 가까이 불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DLF 사태를 계기로 특금신탁 성장세에는 제동이 걸렸다. 특금신탁의 대표 상품인 파생결합증권신탁(DLT), 주가연계신탁(ELT) 등이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되면서 은행 판매에 제한이 생긴 거다.

금융위는 이달부터 은행권의 ELT 판매 총량을 지난해 11월말 잔액인 34조원으로 제한했으며, 한 달 단위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들은 재산신탁으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상속과 증여 등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신탁 부문을 아예 놓아버릴 수 없는 데다, 금융당국이 신탁을 국민의 노후 대비 제도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개편에 나선다는 점도 배경 중 하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2020년 업무계획’을 통해 올해 하반기 중으로 신탁 제도 전면 개편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수탁 재산 범위를 금전·부동산 등의 적극재산에서 자산에 결합한 소극재산 및 담보권 등으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자기신탁·재신탁 등의 운용방식도 허용할 계획이다.

이에 우리은행은 지난 1월부터 시장변동성 영향이 적은 재산신탁을 중심으로 한 신탁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영업부문 내 별개 조직이었던 자산관리(WM)그룹과 신탁연금그룹을 ‘자산관리그룹’으로 통합해 의사결정이 용이하도록 했으며 신탁연금그룹에 투자상품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그룹 직할 고객케어센터팀을 신설했다.

KB국민은행도 기존 WM그룹 내 투자상품서비스(IPS)본부와 신탁본부를 통합해 금융투자상품본부로 확대했다. 대고객 자산관리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WM과 신탁부문간 실질적인 협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신탁 상품 재정비에 선제적으로 나선 하나은행은 3일 금융자산관리 기능이 포괄적으로 제공되는 신탁 신상품 ‘100년안심 행복신탁’을 새롭게 선보였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그간 신탁 수익 확대에 있어 다른 상품보다 수수료가 0.05~0.1% 정도 높은 특금신탁에 주력해왔으나 DLF 사태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며 “앞으로 특금신탁보다 규제가 덜하고 시장 변동성이 적은 재산신탁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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