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0.1배선마저 붕괴, 생보사 평균가치 절반
“고금리계약 많아 금리 하락시 주가 더 요동”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화생명 본사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화생명 본사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보험주가 연일 하락세다. 생명보험업계 2위인 한화생명의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 0.1배선까지 무너졌다. PBR 측면으로만 보면 영업보다 청산이 낫다는 뜻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화생명의 PBR은 0.09배를 기록했다. 상장 생명보험사인 삼성·한화·미래에셋·동양생명의 평균(0.20배)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전날 기준 1주당 가격은 1400원으로 마감됐다. 덕분에 시가총액은 올 초 대비 8000억원 가량 증발한 1조 2159억원까지 떨어졌다.

PBR은 주가의 적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PBR이 1배면 주가와 순자산이 동등한 수준에서 평가받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1배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거다.

단순히 상장 생보사의 저PBR 기조로 보기엔 한화생명의 하락폭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생명은 자산규모 121조원의 업계 2위 생보사다.

한화생명의 순자산가치가 과도하게 하락한 이유는 과거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계약의 부담이 타 상장사대비 높다는 점에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생명의 보유계약 부채부담이율은 4.51%로 삼성생명(4.32%), 미래에셋생명(3.80%), 동양생명(3.71%) 가운데 가장 높다.

이원차스프레드(운용자산이익률과 부채부담이율간 차이)도 106bp(1bp=0.01%p)를 기록하며 상장 생보사 가운데 유일하게 100bp 이상 벌어져 있다. 

새로 상품을 팔아도 기존 부채이율을 크게 줄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운용자산수익률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는 뜻이다. 

향후 운용자산수익률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어렵다.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비교적 안전한 채권 등에 주로 투자하는데, 주요 투자처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 사상 처음으로 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당장의 금리 하락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팬데믹(Pandemic·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우려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마저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는 등 국내 기준금리 및 국고채 금리는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화생명을 비롯한 전반적인 보험업종의 주가하락은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화생명이 유독 다른 생보사보다 PBR이 낮은 이유는 고금리 상품 비중이 높아 금리하락시기에 영업 마진 하락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더 많이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지금으로선 PBR 붕괴의 의미마저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미 보험사의 주요 자산운용 지표인 국고채 수익률도 0%대까지 하락했다. 앞으로 추이는 더 알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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