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통한 오프라인 고객 대상 PB 야간업무 과중
코로나 사태로 변동성 큰 상황서 현행시스템 취약
금융위원회, 해외주식 상시 원격 재택근무도 검토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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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 A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C씨는 요즘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심정이다. 코로나 사태로 해외주식 변동성이 커지며, 밤새 고객 연락이 빗발치는 탓이다. C씨는 올해 초 미국시장이 상승세를 타며 높은 수익률을 내자 고액자산가를 많이 모집했다. 문제가 터진 건 최근 미국시장이 변동 장세를 지속하면서부터다. 고객의 매수·매도 요청은 쏟아지는데 C씨는 망 분리 문제로 재택업무는커녕, 즉각 대응마저 쉽지 않다.

코로나 사태 확산으로 해외 증시가 널뛰면서 망 분리 문제가 수면 위로 올랐다.

해외 주식시장의 개장시간과 국내 개장시간 간 시차로 인해 PB는 새벽 시간에도 해외주식거래를 전담한다. 문제는 해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엄격한 망 분리 규제다. 원격근무가 불가능하다보니 PB는 변동성 장세에서 즉각적인 대처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주식시장은 지난 8일부터 썸머타임이 적용돼 한국시간으로 밤 10시 30분(뉴욕 오전 9시 30분)부터 다음 날 새벽 5시(뉴욕 오후 4시)까지 개장한다. 

투자자 개인이 해외주식을 직접 매매하는 온라인(MTS·HTS)의 경우에는 상관없지만 영업점 PB를 통해 간접 매매 하는 오프라인은 업무처리 절차가 복잡하다. 

현재 대부분 증권사는 오프라인 거래 시 PB와 본사 내 글로벌주식팀간 협업을 통해 해외주식 매매를 하고 있다. 

통상 장 시작 전에 PB가 예약주문을 걸면, 본사 내 글로벌주식팀이 장 오픈 전 취합해서 일괄 주문 처리하는 식이다. 이 경우 계약 체결 진행 과정서 PB는 본사와 유선을 통해 확인 절차를 거친다.

■ 코로나發 폭락장에 PB 전전긍긍

지금처럼 글로벌 증시 유동성이 큰 상황에선 PB의 야간 업무가 불가피하다. 

최근 미국 증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악화 우려에 더해 국제유가가 20%대의 폭락세를 보이며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9일 미국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13.76포인트(7.79%) 폭락한 2만3851.02를 기록했다. 같은 날 장중 주가 급락으로 서킷브레이커가 1997년 이후 처음으로 발동돼 거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예약주문을 통한 실시간 이슈 대응이 어렵다. PB들은 현지 개장 시간에 맞춰 야간·새벽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PB들은 원격 해외주문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원격 해외주문 시스템이 도입되면 해외주문 업무가 망 분리 규제 예외로 적용받아 가상사설망(VPN)을 통한 원격근무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PB는 자택에서도 개인 PC를 통해 해외주식 주문을 낼 수 있다.

■ 과도한 규제 비난…금융위, 규제개선 검토

국내 망 분리 규제가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규제 완화 주장에 힘을 싣는다. 

금융·보안당국이 민간에 일괄적으로 망 분리를 의무화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망 분리 채택 여부 및 범위 설정은 기업 자율에 맡긴다. 

업무영역 단위가 아닌 데이터 중요도를 기준으로 보안정책을 세우는 방식이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사들도 본사 현지에 존재하지 않는 망 분리 규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업들이 데이터의 중요도에 따라 자율적으로 망 분리를 활용한다. 자율규제지만 법정 분쟁 발생 시 표준의 준수 여부는 엄격하게 따진다는 점에서 구속력도 충분하다. 

만일 기업이 정보보호를 위한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되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엄격한 사후규제가 동반된다. 이 경우 기업은 보안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없다.

국내의 경우 앞서 금융위원회가 코로나 사태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 망 분리 완화를 통한 재택근무를 임시 허용하면서 규제 완화를 원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해외주식 거래는 상시적 망 분리 규제 예외·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현 코로나 비상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에서 ‘원격접속’을 허용하는 비조치의견서를 전달한 상황으로 증권사 재량에 따라 PB들이 재택근무를 실행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시적 해외주식거래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라며 “현재 금융위에 현장 질의가 접수된 상황은 아니지만, 금융감독원과 얘기해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점검하고,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PB들과 다르게 증권사들은 망 분리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망 분리와 관련한 비용부담이 크고, 보안 문제에도 노출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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