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급 미수금 증가, 장기화할 시 리스크 우려
가맹점 도산시 순손실 처리해야 “상생에 초점”

한국발 항공편 입국금지 및 제한조치를 하는 국가의 증가로 전액 환불이 늘고 있다. 결제 취소액을 먼저 지급하는 카드사들의 부담도 더욱 커지면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형 매출처인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카드사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형 카드사의 경우 대한항공에서 발생한 미수금만 150억원에 달할 정도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날 각 카드사 실무진들은 서울시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코로나19로 급격히 늘어난 ‘가지급 미수금’의 규모와 대책 등을 논의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사태다 보니 카드사 관계자들이 모여 미수금 현황을 파악하고 정보를 공유했다”라며 “여기서 더 장기화하면 그때는 대책위원회를 열고 대책안을 강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카드사들은 가맹점이 고객에게 줘야 할 환불금액을 먼저 지급하고, 여기서 발생한 가지급 미수금은 매월 발생하는 가맹점의 매출대금에서 상계 처리한다.

문제는 가맹점의 매출이 발생해야 해당 금액을 메울 수 있으나 경기가 위축되면서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됐다. 가맹점이 도산할 시에는 카드사의 순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권이나 숙박 등 여행 관련 업종의 타격이 크다. 업권 특성상 한 달도 더 전에 예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이 많다.

한국발 입국금지 및 제한조치를 한 국가가 100곳을 넘어서면서 전액 환불도 늘고 있다. 특히 대형 항공사들의 매출 규모가 가장 큰 만큼 미수금 액수도 가장 많은 비중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의 지난달 국제선 이용자 수는 228만521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87% 줄었다. 이달도 여객 이용자 수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미수금 규모가 클 때 20억원 수준이던 A카드사는 최근 최대 80억원까지 치솟으며 평상시 대비 4배가량 올랐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과 관련한 미수금은 50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B사는 대한항공에 대한 미수금만 1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업계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미수금 상계처리가 힘들어지는 만큼 중하위권 카드사들을 중심으로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미수금이 급격히 늘어난 데다 당분간 가맹점의 매출이 줄어들 것이 점쳐지면서 사이에 낀 카드사의 부담만 커지고 있어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사실 가맹점과 고객 간 사이에 껴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모든 업권이 힘든 상황에서 매정하게 미수금을 요청하기도 힘들다”며 “비가 올 때 우산을 뺏어가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이어 “대한항공에서는 카드사에 미수금을 별도로 주겠다고 했으나 실제 이를 받겠다는 카드사는 없을 것”이라며 “카드사가 감당 가능한 적정선을 찾고 가맹점과 최대한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는 말을 보탰다.

한편 항공사들이 발행한 항공운임채권 ABS(자산유동화증권) 가운데 신용카드매출채권에서도 차질이 생겼다. 일정 카드 매출액이 발생할 것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했으나 이를 유지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아시아나의 경우 당장 갚을 여력이 안 돼 카드사가 먼저 납부해주면 차후에 갚겠다는 얘기까지 있었던 걸로 안다”며 “카드사들은 그런 리스크까지 떠안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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