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9 00:20 (목)
팬데믹 위기, 금융권이 해야 할 일은
팬데믹 위기, 금융권이 해야 할 일은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3.16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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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앓는 ‘20년 우리 경제 살리려면 ‘성실’ 절실
알베르 카뮈 ‘페스트’서 “자기가 맡은 직분 완수” 강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박테리아 하나가 세계경기를 좌우할 만큼 폭력적으로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7000명대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무섭게 퍼진 코로나19는 유럽대륙에서만 확진자가 2만 명을 넘어서면서 결국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상황을 인정했다.

팬데믹 상황이 되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3200조 원가량 감소하게 되고, 경제성장률은 0.1%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까지 나온 상태다.

이에 따라 일본에선 하계올림픽을 열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등장하고 있고,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 프랑스 등으로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국민의 60~70%까지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처음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보고된 것으로부터 약 4개월 만에 전 세계 110개국에서 12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세계인이 긴장의 끈을 조이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달부터 코로나19의 위협이 일상화되면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전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사회운동으로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은행들은 자신들의 모바일앱에서 웬만한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점을 찾는 고객에 대한 안전 등을 고려해 상담창구에 아크릴판을 설치하는 은행도 늘고 있다. 특히 서울의 한 콜센터에서 집중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자 대형 콜센터를 운영하는 금융권도 전수 조사에 나서는 한편 콜센터를 분산시켜 감염 방지에 나서고 있다.

물리적으로 바이러스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융권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경제의 혈맥 유지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피해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기구를 설치해 피해를 본 업체의 대출절차를 간소화시키고 대출금리 인하를 추진했다.

특히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코로나19로 신용등급이 떨어져도 대출할 수 있도록 검토를 지시했다. 차갑게 얼어붙은 실물경기를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연일 새로운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미국 등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발표하고 있어, 향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놓으면서 ‘성실’이 2020년의 핵심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성실하게 추진하면서, 세계 유수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개방성과 신속성 등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보이면서 표준적인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은행과 제2금융권들도 감독기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발 빠르게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는 모습이 질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분산된 콜센터의 업무 환경이 기존 센터보다 열악하다든지, 재택근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미봉책처럼 관련 대책을 발표하는 등 다소 부족한 실행계획을 내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신속한 대처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탠다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성실함이다. 은행과 금융회사들은 자신들의 지속가능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금융소비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영업정책을 펼쳐야 한다. 자칫 한 번의 실수가 혈맥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현재의 상황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와 유사하다. 지중해 연안의 작은 도시 오랑에 페스트가 창궐한 상황에서 전염병 퇴치를 위해 시민들이 협력하고 갈등하면서 실존에 대한 구체적 질문을 던진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의사 리외는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가 맡은 직분을 완수하는 성실성”이라고 이야기한다. 보건대를 조직해 페스트에 걸린 환자들을 구호하고, 결국 최악의 전염병을 극복해낸다. 그 힘은 리외의 말처럼 성실이었다. 맡은 바 자리에서 제 일을 끝까지 해내는 자세 말이다.

올 초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논어>에 나오는 ‘경사이신(敬事以信)’을 인용한 바 있다. 일을 경건히 해 믿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손 회장의 말처럼 코로나19에 힘들어하는 한국경제는 경사이신의 자세로 극복하게 될 것이다.

만약 한 곳에서라도 어깃장이 난다면 그 충격은 예상외로 클 것이다. 한나라의 한영이 쓴 <한시외전>이라는 책에 ‘화생우해타(禍生于懈惰)’라는 대목이 나온다. 화는 게으르고 나태한 것에서 생긴다. 지금, 이 순간부터 금융권 전체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나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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