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수신액 증가는 운용 미스매칭 부담↑
MMF 시장 맴도는 시중자금…돈맥경화 우려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전세계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은행권 수신상품으로 쏠리고 있다.

은행들은 유동성 확보에 대한 부담이 가셨지만 안도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유입된 자금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대출 운용을 늘리기에도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은행 수신잔액은 1770조1000억원으로 전달(1734조2000억원) 보다 35조9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증가 규모는 지난 2014년 12월(52조원) 이후 5년 2개월 만에 최대치다.

수신잔액 중 언제든 돈을 넣고 찾을 수 있는 수시입출식 예금에만 한 달 새 38조6000억원이 몰렸다. 전년동월(10조원)과 비교해 큰 증가폭이다.

은행 수신잔액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수익성보다 안전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저원가성 예금 비중 확대로 유동성 흐름이 원활해졌음에도, 캐쉬 플로우(현금흐름)의 미스매칭(만기 불일치)을 우려하며 자금 운용에 섣불리 나서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은행권에서도 자금을 운용할 운용처가 많지 않고, 대출 운용을 늘리기엔 금융당국의 규제와 경기침체에 따른 연체율 상승 문제로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중 자금이 떼일 염려 없고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좇아 은행 수신상품에 쏠리고 있다”며 “일부 투자자들이 부동산, 주식 등의 가격이 더 내려가길 기다리며 예·적금 등 단기 대기성 상품에 돈을 넣어두고 투자 기회를 기다리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금운용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언제 빠져나갈지 모르는 일시적인 수신액 증가는 오히려 부담”이라며 “경기가 어느 정도 속도로 회복되느냐에 따라 투자 수요와 대출 증가세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들은 저리로 공급받은 자금을 투자 및 대출로 운용하는 대신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단기자금 시장에 넣어두고 이자수익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은행을 포함한 법인의 지난달 말 기준 MMF 설정액은 전월 말보다 15조2000억원 증가한 143조6000억원으로 월말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금이 시중에 풀리지 않고 단기자금시장에만 맴도는 이유는 결국 모두 다 불안하기 때문”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대기업 등은 투자할 생각이 없고 돈이 필요한 한계기업에는 은행이 선뜻 내줄 수가 없다 보니 자금이 돌지 않게 된다. 시중자금이 금융기관에서만 흐르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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