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손실나도 보유해야…근시안적 대책 비판
“주가 추가하락 시 대형 리스크 요인될 것”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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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금융위원회가 반대매매 자제를 권고하면서 증권사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손실이 쌓여도 증권사가 떠안으라는 식의 지나친 시장개입이란 목소리가 거세다.

반대매매란 고객이 증권사의 돈을 빌리거나 신용융자로 주식을 매입한 뒤 빌린 돈을 약정한 만기기간 내에 변제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일괄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금융위는 코로나19 발 증시 하락에 대한 시장 안정 대책으로 증권사의 신용융자담보비율 유지의무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증권사들은 우리 자본시장 생태계의 구성원인 만큼 투자자 이익 보호와 시장 안정을 위해 담보비율 하락에 따른 기계적인 반대매매를 자제해 줄 것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불만 일색이다. 코로나 사태로 연일 국내 및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하는 상황에서 신용융자 보유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그간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담보비율 준수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신용융자금액에 대한 담보 가치가 하락할 때 주식을 반대매매 해왔다. 기존 금융위 규정에서는 증권사가 신용융자 시행시 담보를 140% 이상 확보하고, 증권사 내규에서 정한 비율의 담보비율을 유지할 것을 명시해뒀다. 

하지만 이번 반대매매 자제 권고로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담보비율이 140% 미만으로 떨어져도 반대매매를 하기 어려워졌다. 담보의 건전성이 하락해 원금 손실이 예상돼도 울며겨자먹기로 보유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대책 발표 이후 증시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가 하락이 심화될수록 반대매매 자제는 증권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큰 타격이 된다. 

오늘 코스피지수는 1700대선이 붕괴하며, 1600대로 추락하고 있다. 10시 7분 현재 코스피는 1692.63포인트를 기록하고 있으며, 장중 1637.88포인트까지도 급락했다. 

전날에도 코스피는 금융위 대책 발표날보다 56.58포인트(3.19%) 내린 1714.86으로 마감했다. 이날 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2011년 10월 6일(1710.32포인트) 이후 8년 5개월여 만의 최저수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권고안은 단기 주가 조정에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추가적인 주가 하락시 더 큰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주가가 더 떨어져 현재 신용을 쓴 계좌의 주식을 모두 매도해도 빌려준 금액만큼 회수 되지 않을 경우 증권사가 손실을 전액 떠안아야 하는데, 이 경우에 대한 언급 없이 반대매매만 막은 것은 섣부른 대처”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이 폭락하면서 주식 미수금이 더 쌓이고 증권사가 강제 처분에 나선 부실 주식이 늘어나는데 반대매매를 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며 “강제는 아니지만 금융위원장이 나서서 권고한 만큼 증권사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증권사가 비영리 기관도 아닌데 반대매매 자제 권고를 내린 것은 지나친 개입”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의 반대매매는 늘어나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하루평균 반대매매는 178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지난 2009년 5월(143억원)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지난 13일 증권사의 반대매매 금액은 219억원으로 최대치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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