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농협·케뱅 모두 행장 교체 강수
신뢰 회복·수익 확대 등 현안만 산적

(왼쪽부터) 권광석 우리은행장 내정자, 이문환 케이뱅크은행장 내정자, 손병환 NH농협은행장 내정자.
(왼쪽부터) 권광석 우리은행장 내정자, 이문환 케이뱅크은행장 내정자, 손병환 NH농협은행장 내정자.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각종 악재로 위기에 처한 은행권이 연달아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신임 행장들에게 구원투수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열고 권광석 내정자를 우리은행장으로 선임한다.

권 내정자는 지난 1988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우리금융지주 홍보실장, 우리은행 대외협력단장, IB그룹장, 우리PE 대표를 역임했으며 2018년부터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로 재임 하고 있다.

이력에서 엿보이듯 권 내정자는 한일은행과의 합병, 우리은행 출범, 1기 지주사 시절, 민영화 등 조직의 굵직한 역사를 모두 겪었다.

우리금융을 떠난 지 2년 만에 행장으로 복귀하게 된 권 내정자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수개월째 우리은행을 흔드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대규모 환매 중단으로 번진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이어 일부 영업점 직원의 고객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태 등이다.

권 내정자는 임기가 1년이라는 핸디캡까지 존재한다. 짧은 임기는 조직원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권 내정자는 취임 후 가장 먼저 각종 이슈로 지친 조직을 추스르고, 내부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권 내정자는 행장 면접 당시에도 조직 구성원과의 소통과 화합을 강조한 경영 철학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는 오는 31일 주주총회에서 이문환 내정자를 차기 은행장으로 최종 선임한다. 이 내정자는 지난 1989년 KT에 입사해 신사업개발담당과 기업사업부문장 등을 거쳤고 2018년부터 2년여간 BC카드를 이끌었다.

케이뱅크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자본이 부족해 1년째 예·적금 담보 대출을 제외한 모든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은행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예대마진 확보가 어려워진 것이다.

업계는 BC카드 사장직을 거친 이 내정자가 케이뱅크 행장이 되면, KT가 1대 주주인 BC카드를 통해 유상증자에 우회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본확충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 17일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경영기획부문장(부사장)을 차기 은행장 단독후보로 내정했다.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20일 손 부사장을 대상으로 자격검증과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후 주주종회를 거치면 최종 선임된다.

손 내정자는 지난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후 지주와 은행에서 다양한 요직을 거쳐 올해부터는 경영기획부문장을 맡아왔다.

농협은행의 최대 현안으론 수익 다변화를 위한 해외 진출이 꼽힌다.

농협은행은 4대 시중은행과 덩치가 비슷하지만, 비이자이익 규모와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뒤쳐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저금리 여파 등으로 은행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불가피해지면서 비이자이익이 더욱 중요해졌다.

농협은행은 미래 수익창출구로 해외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운영중인 해외점포는 미얀마, 캄보디아, 미국, 베트남, 중국, 인도 등 6개국 7개소에 그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 해외점포수가 1043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적은 편이다.

손 내정자는 농협의 해외사업 싱크탱크인 농협미래경영연구소장과 은행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역임한 이력이 있다. 농협은행의 해외진출 전략에 이해도가 높아 효과적인 해외사업 수익확대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별로 휘말린 각종 악재에 코로나19 등으로 촉발된 금융공황 여파로 은행을 새롭게 이끌 신임 행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지고 있다”며 “당장 마주하는 위기에 힘들겠으나, 극복하면 그에 상응하는 위상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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