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대형사고 다발로 국내 금융투자업계 전반의 신뢰가 추락한 가운데 신뢰 회복을 위해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댔다. 당국 주도로 리스크 관리 허들을 키우고, 증권사들은 독립CCO를 선임하는 등 소비자 보호 및 리스크 관리에 힘을 싣고 있다.

■ 펀드사고 다발에 금투업권 민원 급증

지난 한 해는 금융투자업계에 사고가 집중된 한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규모 손실을 일으킨 파생결합펀드(DLF)사태, 최악의 금융사고로 꼽히는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시작으로 호주부동산펀드 사고, 독일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손실, 알펜루트자산운용 환매 중단까지 사모펀드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히 라임자산운용은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환매 중단하며, 투자자들이 떠안게 될 손실 규모만 개인당 평균 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이탈리아 병원비 유동화 채권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들이 만기상환에 실패하고, 이달 미국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펀드들에서도 연달아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펀드사고가 금융투자업계 내 민원 급증과 신뢰도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금융감독원의 금융 민원 업종별 분석 결과 전체 금융업권 금융민원이 2.4% 줄어든 가운데 금융투자업권 민원 증가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금융투자업권의 민원은 전년 대비 12.1% 늘어났다. 세부적으로 증권업에서 10.8%, 자산운용·투자자문업에서 14.1%늘었다. 이어 은행업권 민원은 금투업권 절반 수준인 4.9% 늘었다. 나머지 금융사들선 민원이 오히려 감소했다. 제2금융업권과 보험업권 민원은 각각 11.8%, 1.3% 줄어들었다. 

■ 금융당국 직접 나서 리스크관리 허들 높여

금융당국은 직접 제도 손질에 나섰다. 리스크 관리 허들 자체를 높여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펀드 사고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려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사모펀드 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다. 자산운용사, 판매사, 수탁회사 및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증권사 등이 상호 감시‧견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게 골자다. 

자산운용사는 자사펀드 간 자전거래 시 거래되는 자산의 가치를 운용사 임의로 평가하지 말고 회계법인 등 제 3의 독립기관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금융사고 발생시 전문사모운용사의 손해배상책임 능력을 키우기 위해 기존 7억원인 최소유지자본금 기준도 늘어났다. 운용사는 손해배상 재원으로 수탁고의 0.02~0.03%에 대해 자본금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 자본금 유지요건에 미달하는 등의 부실운용사는 패스트트랙으로 등록 말소돼 즉시 퇴출된다.

증권사 등 사모펀드 판매사에게는 적격 일반투자자에 사모펀드 판매시, 판매한 펀드가 규약‧상품설명자료에 부합하게 운용되는지 점검할 책임이 생긴다.

사모펀드 재산을 수탁받은 신탁회사와 PBS 증권사는 운용사의 운용상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감시자 역할이 부여된다. 이들은 운용사의 운용지시가 법령‧규약에 부합하는지 포괄적으로 감시하고, 문제시 운용사에 시정요구를 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는 금융당국이 내놓은 투자자 보호 가이드라인에 펀드의 설정, 운용, 판매 과정을 맞춰갈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 투자자 보호도 자연스레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증권업계에 부는 CCO 선임 바람

증권업계도 소비자보호 전담 임원인 독립 CCO 선임에 나서며, 소비자 보호 강화에 힘쓰고 있다. CCO는 소비자 민원 대응, 불완전 판매 모니터링 등을 전담하는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다. 

올해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규준’ 개정안에서 독립 CCO선임 규정이 바뀌면서다.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직전 3개년간 평균 민원건수 비중이 4%를 넘는 증권사라면 독립적 CCO를 선임해야 한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독립 CCO를 보유한 곳은 총 7곳이다. 앞서 해당 기준에 부합하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이 독립적 CCO를 의무 선임하고, 기준에 해당되진 않지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도 연초 인사에서 소비자보호 업무 전담 CCO를 선임했다. 이어 지난 6일 KB증권도 CCO를 선임하며 소비자보호에 한층 힘을 싣게 됐다. 

전담 CCO가 생기며 소비자보호 여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융사 내 금융소비자 보호 담당자는 여러 업무를 겸직해 소비자보호에 올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기존 소비자보호 담당역은 준법감시인이 겸직해서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금융투자업계 신뢰가 추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도 다양한 제도적 보완을 하고, 개별 증권사들도 투자자 보호 강화를 통해 제 2의 라임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CCO 선임은 투자자 보호의 첫걸음마를 뗀 것으로, 증권업계 내 이 같은 투자자 보호 추세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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