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IB·IR 일정 및 현지 점포 운영에 차질
악재 장기화…해외 부문 수익 하락 불가피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코로나19의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은행들이 신수익 창출을 위해 몇 년간 공들여온 해외사업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주요 도시 곳곳이 공황·폐쇄 상태에 이르면서 시중은행들의 해외사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KB국민·IBK기업·하나·KDB산업은행은 미얀마 진출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이들 은행은 지난해 미얀마 중앙은행이 4년 만에 내건 은행업 영위 지점 설립 인허가 입찰에 참여의향서를 제출했다.

미얀마 중앙은행은 지난 13일 예비인가 대상 은행을 선정하려 했으나 코로나19 이슈 탓에 일정을 내달 초로 연기했다. ‘포스트 베트남’으로 불리는 미얀마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반면 금융 인프라가 취약해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4년 만의 문호 개방으로 국내은행의 미얀마 추가 진출 기대감이 컸는데 일정이 미뤄졌다”며 “선정 자체가 취소된 건 아니지만, 진출을 위해 긴 시간 준비한 은행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인허가 결과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3월 주주총회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외 IR과 IB 진행도 지체될 전망이다. 새로운 딜을 하기 위해서는 해외 출장, 미팅을 다녀야 하는데 현재 주요국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도시를 잇단 폐쇄하고 있는 상황에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6만7000명(26일 기준)에 육박하면서 국내은행들은 현지 법인과 점포 상황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지 국가 상황에 따라 대고객 대면 창구를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시차출퇴근·분산근무·재택근무 등을 통해 업무 연속성 확보를 노력하고 있으며 본점 직원의 해외 현지 출장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전화, 화상 회의 등을 통한 실시간 지원도 지속 중이다.

또 글로벌 경제 악화로 기업대출 부실 가능성 높아지면서 신규대출 및 기존대출(신용도 확인 등)의 건전성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글로벌 순익 덩치가 커지며 승승장구하던 분위기였는데 때아닌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수년간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각종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어떻게 수익을 이끌어야 할지 난감하다. 한번 무너진 해외네트워크는 다시 회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은행들은 미·중 무역갈등과 브렉시트 등 글로벌 악재 속에서도 해외점포를 통해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올려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국내은행 해외점포의 당기순이익은 9억8800만 달러로 1년 전(9억8400만 달러)보다 400만 달러(0.4%) 늘었다. 이는 은행이 지난해 거둔 총 당기순이익(14조4000억원)의 7.9% 수준으로, 2018년(7.0%)과 비교해 0.9%포인트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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