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7 01:30 (수)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좌우명이 가진 뜻은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좌우명이 가진 뜻은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3.30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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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중자애’의 자세로 고객이 인정할 때까지 쇄신 필요
겸양과 배려, 고객신뢰·조직안정·영업문화 혁신 토대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한다’는 뜻의 자중자애(自重自愛)의 출전은 사마천의 <사기>다. 사마천의 경제관을 담고 있는 〈평준서〉와 〈사기열전〉 중 양나라의 대부 난포에 대한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평준서〉에서 사마천은 “나라가 태평할 때는 사람들 모두 자중자애하며 부를 누렸다”고 기록하고 있고 〈난포열전〉에서는 ‘자중(自重)’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양나라의 대부 난포가 한고조 유방의 신임을 다시 얻는 과정을 쓰고 있다.

이 단어는 특히 조선시대 선비들이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 공직에 오르려는 선비들이나, 학문을 일구려는 문인들이 모두 서로를 격려하며 안부와 안위를 걱정하며 사용한 것이다.

특히 큰일을 앞둔 사람들은 자칫 조그만 실수로 일이 그르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는 덕목으로 이 단어로 수시로 되새겼다. 또, 거듭 생각해서 정제된 언어로 생각과 마음을 전달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던 시절, 이 단어는 생활 속의 일상어였을 것이다.

사례를 들어보자.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도 등장할 만큼 태조 이성계의 활 솜씨는 대단했다고 한다. 100보 밖의 배나무에 달린 배 꼭지를 화살로 쏘아 떨어트렸고, 화살 하나로 도망가던 노루 두 마리를 관통하고 나서 그 화살이 옆의 소나무에 꽂혔다고까지 기록했으니 그에 대한 팬덤의 크기는 어마어마했을 듯싶다.

 이런 이성계에게 끊임없이 자중자애를 이야기한 사람은 이성계와의 결의형제였던 이지란이다. 조선을 개국하기 전까지 이성계를 경계하던 귀족들의 생각을 이지란은 잊지 않고 전했던 것이다. 신봉승의 <혁명의 조건>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하륜과 이방원의 이야기다.
사복을 입고 두 사람이 주막에서 술상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 하륜은 끊임없이 방원에게 자중자애를 권하고, 그 이야기가 짜증이 난 방원은 “허구한 날 자중자애”만 이야기한다고 하륜을 탓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내칠 수 없었던 방원. 결국, 이지란과 하륜의 충고가 훗날 태조와 태종을 만든다.

이처럼 대사를 앞둔 상황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본인의 마음가짐이다. 주변 여건이 충분히 성숙했고, 당사자의 능력이 출중하다 하더라도 조금의 실수가 대사를 그르치는 경우는 역사 속에서 다반사처럼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에서 은행장 취임식을 생략하고 제52대 우리은행 은행장으로 취임한 권광석 은행장의 좌우명이 ‘자중자애’라고 한다. 앞선 은행장들이 신입행원 채용과 파생결합펀드(DLF) 문제 등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불명예스러운 행보를 보였던 점을 생각하면, 어쩌면 가장 적합한 인생관을 가진 인물이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 내적으로는 신뢰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고, 외적으로는 코로나19의 팬데믹에 따른 경제적 위기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권 행장은 ‘고객신뢰 회복’을 주요한 아젠다로 내세웠다. 그런 점에서 권 행장의 좌우명은 적절하다. 고객신뢰의 근본은 조용히 말한 바를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중자애는 겸양과 배려 속에서 성장하는 덕목이다. 겸양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으면 타자의 마음을 살 수가 없다. 특히 겸양과 배려는 오랜 실천을 통해 몸에 배어야 가능한 태도다. 즉 하루아침에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가장 간절하게 이 덕목을 임직원들에게 요구하고 싶은 사람은 신임 은행장이다. 기존의 모습과 다른 면모를 고객들에게 펼쳐 보이면서, 최악의 경제위기에서 은행의 위상을 제대로 만들어내야 할 사람이다. 그러니 권 행장은 자신이 내건 올해의 3대 경영목표(고객신뢰 회복, 조직안정, 영업문화 혁신)에 대해 조직원들이 모두 한 마음으로 실천해주길 간절히 원할 것이다.

코로나19에 의해 생업에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긴급한 지원체계를 요청하고, DLF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함께 은행의 제도와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점검 등을 요청한 것도 그 일환일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은 고객이 인정할 때까지 지속하고 싶을 것이다. 양날의 칼을 쥔 권 행장은 그래서 임직원들이 전략적으로 ‘자중자애’의 마음가짐을 가져줄 것으로 암묵적으로 요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외적으로 발표되는 메시지는 현재 상황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면서 미래의 비전을 연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 ‘자중자애’는 그런 점에서 적절한 메타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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