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금융권에 대형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DLF·라임 사태로 몸살을 앓던 금융권은 이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금리리스크 위험까지 가중됐다. 금융사의 전방위적인 리스크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금융사의 위험은 누가 보상해줄까. 답은 보험사에 있다. 위험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위험을 다른 곳으로 전가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0% 금리시대’ 대출리스크 대응은?

이달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했다. 이제 기준금리는 기존 1.25%에서 0.75%까지 내려갔다. 한국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0%대 기준금리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기준금리 인하는 시중에 돈을 풀겠다는 이야기다. 낮은 금리는 개인의 대출여력을 늘리고, 결국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부른다. 은행은 대출자의 상환리스크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질수록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향후 가계부채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만 높아지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연계한 가계부채 리스크 확대에 대한 관리는 대출상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에 필수적 요소다.

이때 신용보험은 금융사와 대출자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 대출고객이 사망, 상해, 실업 등 보험사고로 채무변제를 이행할 수 없을 경우 보험사가 대출잔액이나 보험가입 시 약정한 금액을 대신 상환해주는 상품이다.

대출고객 입장에서는 사고 발생 시 보험금으로 잔여부채를 탕감할 수 있다. 채무의 상속을 방지하고, 가계재정의 안정을 도모하는 효과를 낸다. 또 채무자 본인이나 유족에게 구상 청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만일의 사고에도 가족과 자산의 보호가 가능하다.

금융기관에게는 신용보험을 통해 대출고객의 미상환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다. 대출자를 보험에 가입시키는 것만으로도 대출자산의 건전성이 높아지는 효과다. 타 대출상품 대비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어 금융기관이 대출고객 대신 단체보험 형식으로 가입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영국, 미국, 호주 등 주요국에서는 신용보험이 대출기관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신용보험 시장이 커지지 않은 상황이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만이 유일하게 신용보험을 취급하고 있다. ‘더세이프 대출안심보험’은 대출고객의 사망이나 80% 이상 고도장해, 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 진단 등으로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지면 대신 대출금 상환이 이뤄진다. 20년 만기 40세 남자, 보험가입금액 1억원 기준 월 보험료는 1만9800원 수준이다.

경영진 판단미스 ‘임원배상책임보험’으로

임원배상책임보험은 회사 임원으로서 업무수행 중 직무상 의무위반, 태만, 실수 등으로 회사의 제3자에게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 결과로 입은 손해(손해배상금, 소송비용 등)를 담보한다.

이 상품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건 지난 1991년경이지만, 가입이 널리 퍼진 건 금융위기가 기점이 됐다. 1997년 시작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겪으며 실제 임원에 대한 책임추궁이 이뤄지기 시작하자 기업들도 가입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1998년 J은행 소액주주 61명은 H그룹을 대상으로 한 부실대출에 대해 J은행 전직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서울지법은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장기간 거액 대출을 해준 임원이 자신의 책무를 회피했다며 주주들에게 400억원을 배상하란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는 소액주주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불법행위로 인한 회사손실에 경영진의 배상책임을 지도록 한 대표판례이기도 하다.

주주에 대한 배상책임이 이슈화되자 임원이 직무수행에 있어 경영판단의 실수로 회사에 중대한 손해를 입히고, 회사나 주주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국내의 경우 소수주주권을 채택해 자본금 1000억원 이상이면 발행주식총수의 0.5%이상, 자본금이 1000억원미만인 경우 1%이상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이 연대 할 경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가 집단소송에서 거액의 손해배상을 지게 된 증권사도 있다. 지난 2009년 B증권사는 통화옵션상품으로 인한 손실을 허위 공시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고, 주주들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는 국내 최초의 증권관련 집단소송이기도 하다.

당시 법정화해로 29억원의 배상금 지급이 결정됐고, 이는 임원배상책임보험에서 보상하는 손해에 해당하지만 미리 가입해두지 않아 모든 책임을 지게 됐다.

이러한 이유로 임원배상책임보험은 지난 2008년 기준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금융사의 80%가 가입했을 정도로 금융업종의 가입률이 높은 상품이다. 전체 상장법인에서는 50.0%가 임원배상책임에 가입돼 있다. 자산 2조 이상의 등록법인의 가입률은 88.3%에 달하지만 아직 2조 미만 등록법인에서는 39.7%, 코스닥의 경우 5.3% 수준일 정도로 가입률이 저조한 편이다.

그러나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임원의 책임확대와 소송증대로 인해 임원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임원이 직무수행을 거부하는 경향도 보여 질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