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에 등 떠밀려 1조 규모 금융지원
장기불황에 부실업체 확대…건전성 악화 불가피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맞춰 국내 자동차산업에 대규모 금융지원을 감행했던 은행들이 장기불황에 따른 대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처지에 놓였다.

31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산업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으로 실물경제에 대한 파장이 커지면서 수요 감소 위험이 커지고 있다.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내수판매+수출)은 전년 대비 8.7% 감소, 전년도에 이어 2년 연속 400만대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며 완성차 기준 가동률은 80%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김수진 수석 연구원은 “국내 자동차산업은 지난 2015년 이후 생산실적이 꾸준히 감소해 구조조정 압력이 높은 가운데 올해 전세계적인 수요 충격까지 더해져 실적 둔화와 유동성 악화 위험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금융사는 자동차산업을 면밀히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지난 2018년 말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 자동차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적극적으로 실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업체들의 자금난 해소에 은행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신속한 지원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은 정부의 주력산업 정상화 종합 대책에 맞춰 은행장들에게 “업황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에 ‘비 오는데 우산 뺏기’ 행태를 벌이지 말아달라” 직접 언급 하는 등 재임 기간 중 여러 차례에 걸쳐 자동차산업 금융지원책을 추진했다.

자동차산업은 엄격한 여신 심사가 필요한 위험관리업종이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권이 지난 1년여간 △신용·기술보증기금 보증료 지원금 출연을 통한 대출 금리 우대 △대출만기 연장 △상환유예 등의 방식으로 지원한 금액만 약 1조원에 이른다.

부실징후기업에 내준 대출은 곧 은행의 부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 등 국내 6대 은행의 자동차산업이 포함된 제조업 대출의 연체율은 0.62%로 전년 말(0.57%)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공황 위기로 자동차산업 불황이 더 오랜 기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권의 건전성 악화 및 손실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신용도가 낮은 업체에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추가 여신 등을 지원했던 이유는 당국의 지속적인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은행들이 떠안아야 하는 책임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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