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조경근 수석연구원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집단 발생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는 사상 세번째로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인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을 선포했다. 우리나라는 신속한 검사, 진단과 확산방지를 위한 전 국민적 노력으로 폭발적으로 늘어가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8일 경찰청과 국토교통부는 2019년 교통사고 발생 현황을 발표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7년만에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해 지난 2018년 3781명 대비 432명 줄어든 3349명을 나타냈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소는 도심 제한속도 하향, 음주운전 단속기준 강화, 사업용 차량 합동 점검·단속 등 민관이 합심해 이룬 성과로 볼 수 있다. 지난 2018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3000명대에 진입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유지한 것은 평가받아야 마땅한 성과다.

하지만 “아직도 3349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100명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도 국가 재난 상황을 선포하고 온 사회와 국민이 걱정과 대책을 요구했던 것과 비교하면 교통사고에 대한 우리의 걱정과 대책 요구는 너무 일상이 돼버려 무뎌진 것은 아닐까.

지난해 교통사고 발생 현황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이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교통사고 발생건수와 부상자 수는 증가했다는 것이다. 경찰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찰 미신고 사고와 부상자를 고려하면 그 수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사망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그만큼 교통안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체력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며 우리 사회가 교통안전에 대한 기저질환을 가진 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3월 16일 현재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75명 중 74명은 기저질환자고, 61명은 65세 이상 고령자들이었다. 즉 감염병에 취약한 계층이었는데, 이 계층들은 사고발생 위험과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감염 예방이 최우선이고 발병 후에는 신속한 처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교통안전도 마찬가지다.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교통사고에 대한 어떤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취약계층은 어떻게 되는지 파악하고 사고예방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난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는 후속 조치로 감염병 발생 시 여러가지 대응 방안을 미리 마련했고, 이는 신속하게 검사와 대응이 가능하게 하는 초석이 됐다. 교통안전 분야도 금번 코로나19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새로운 교통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 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 사회 문화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먼저 교통안전은 제도만으로 담보할 수 없다. 온 국민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행동을 체화(體化)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연령대나 교통수단에 따른 이용자 지침을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사회 구성원의 생활습관으로 정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통안전 사각지대가 어디인지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재정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사회 교통사고 유발 기저질환 가운데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 창유리 틴팅이다. 자동차 창유리 틴팅이 너무 진하면 운전자의 시인성에 악영향을 주고 교통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교통약자에 대한 교통안전 사각지대도 면밀히 살펴야한다. 어린이, 청소년들을 최소한 교통사고로는 단 1명도 잃지 않겠다는 목표 하에 정책을 만들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세림이법 시행 이후 유찬이법으로 강화된 통학버스 안전기준도 그 대상 차량을 전 체육종목으로 확대하고 중·고교 통학차량까지 확대 하는 등의 보완, 개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개인용 교통수단 확산과 공유 교통수단 활성화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이미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고 위험은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으며 그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배달 이륜차 문제와 새벽 배송 소형 화물차 교통안전도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 세월호 사건 이후 조금은 느슨해 졌던 안전에 대한 의식을 코로나19를 경험하며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결국 교통안전의 시작과 끝은 사람이다. 교통안전 사각지대에 있는 불씨가 무엇인지 점검하며 준비하는데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