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연 지자체, 예산규모 천차만별
본전도 못 건진 銀출연금 출혈 경쟁

(자료=한국지방세연구원)
(자료=한국지방세연구원)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지방자치단체의 대규모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안에 아쉬움의 입맛을 다시고 있다. 지자체 금고지기 임무를 수행하며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지자체들의 자체 재난기본소득 지급사업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이날 기준 재난기본소득 사업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지자체는 서울과 세종을 포함한 광역자치단체 16곳와 기초지자체 39곳이다. 총선을 앞두고 현재 지급 계획 추진 여부를 검토 중인 곳도 많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지자체는 더욱 확산될 수 있다.

지자체별 지급 대상과 액수가 제각기 달라 예상 소요예산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소상공인 중심의 지급안을 내놓은 부산·강원도·충청남도 등은 1500억~2000억원,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당 30만~50만원 지급을 제시한 서울시는 3300억원을 고려하고 있다. 전(全) 도민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원씩 지급 결정을 내린 경기도는 예상액이 1조3642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의 분담금(지방비)까지 얹어지면 지자체가 투입해야 하는 예산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 금고문이 활짝 열리자 은행들은 다소 당황하는 분위기다. 금고를 관리하며 끌어올렸던 정부 교부금, 지방세, 기금 등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저원가성 예금은 낮은 이자로 대출자금 재원을 조달할 수 있어 순이자마진(NIM), 예대마진 개선에 유리한 자본이다. 특히 올해부터 강화된 신(新)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규제가 적용되면서 은행들의 저원가성 예금 확보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은행들은 조 단위에 달하는 저원가성 예금을 보유한 지자체 금고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지난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출연금(협력 사업비)을 쏟아내는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은행들의 지자체 출연금 약정액은 지난 2018년말 6000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 1조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은행들의 전략은 차질을 빚게 됐다. 또 지자체 재정 여건이 회복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도 은행의 기대수익을 떨어뜨린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난 2일 올해 지방 세수가 최대 3조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과거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도 지방 세수에 큰 타격이 있었고, 이번 코로나19발(發) 경제 충격 역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 유치 목적은 저원가성 예금 확보에만 있지 않고, 소속 공무원 등 고객 유입 등 다양한 효과를 동반한다”라며 “갑작스런 지자체 재정난 우려로 출연금 출혈 경쟁의 배경이 됐던 금고 예치금 운용 수익 기대가 떨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자체 금고 운영권 기한은 2~3년 남짓인데, 그 안에 세수 충격이 회복되고 금고 유치로 들어온 자금을 활용한 공격적 대출영업을 진행하기까진 힘들 것”이라며 “지자체 금고에 의존도가 높은 지방은행의 경우 현 상황에 대한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도 덧붙였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