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불확실성 커지자 대출문턱 높여
아파트 제외한 HUG 보증 대출부터 차단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전세가 상승, 전세 거래 증가 등의 영향으로 주택대출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방침을 앞세우며 문턱을 오히려 높이고 있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일부터 전 영업지점을 대상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상품인 ‘신한전세대출’의 업무 기준을 일부 개정했다. 

먼저 아파트, 주거용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등 다양했던 대출대상 임차주택을 아파트만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조건부대출 기준도 강화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근저당 설정 말소, 근저당 설정 감액 등의 조건부대출에도 대출보증을 해줬지만 앞으로는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같은 날 신한은행은 또 다른 HUG 보증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플러스모기지론’과 ‘Tops부동산대출(준주택 모기지신용보증)’의 신규 취급 중지도 공지했다. 

취급 재개 일정은 미정이며 연기·대환·재약정과 집단자금대출 및 단체협약대출만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이 두 상품은 대출 한도 산정 시 소액임차보증금을 공제하는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모기지신용보험 가입으로 소액임차보증금만큼의 한도를 높일 수 있어 고객 호응도가 특히 높았다.

다른 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시중은행 대부분이 HUG 보증의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 규모를 줄이기 위해 대출실행 대상 임차주택을 아파트로 제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특수은행만이 시기를 틈타 주택담보대출 점유율을 높이려 설정액 빗장을 살짝 열어뒀다.

은행들의 이 같은 조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출상품 전반에 대한 수요가 급증, 건전성 악화에 경고등이 켜지자 연체 및 미회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상품을 관리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7월부터 매달 상승해 지난달 4억6000만원대로 진입했다. 전국의 평균 전셋값도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한 차례도 빠짐없이 올라 1억9464만원을 기록, 이제 2억원 목전까지 올라왔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2·16 대책을 통해 고가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로 눌러앉겠다는 사람이 많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노린 청약 대기자도 늘면서 전세 수요가 계속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규모도 빠르게 커지는 양상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3월중 가계대출 동향’에 의하면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분은 일반주택담보대출(정책모기지 포함),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 증가로 6조3000억원 늘어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전반이 악화하면서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은행으로선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를 타이트하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택담보대출 중에서도 HUG 보증상품은 무소득자 진행이 가능한 데 은행 면책 규정이 까다로워 부실 위험이 특히 높다”며 “정확한 가격 산출이 쉬운 아파트를 제외한 대출분을 줄여나가고 있다. 대체상품인 서울보증보험이나 주택금융공사 보증부 상품으로 유도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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