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대호 이성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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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 사실관계가 복잡해 전문가도 정리하기 쉽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라임의 환매연기 펀드는 4개 모(母) 펀드 및 그와 모(母)·자(子) 관계에 있는 173개 자 펀드가 있다. 투자자의 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증권사 TRS(Total Return Swap, 총수익스와프)의 돈까지 보태졌고, 1개의 자 펀드가 복수의 모(母) 펀드에 중복 투자되기도 했다. 

라임과 신한금투는 펀드 판매 과정에서 모 펀드인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가 ‘폰지 사기’(다단계 투기금융)에 연루된 사실을 숨긴 것으로 조사됐고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펀드가 정상 운용 중인 것처럼 속여 계속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라임이 투자한 해외 리조트 사업은 실체조차 불분명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도대체 투자자의 돈이 상품설명서에 기재된 바와 같이 투자 됐는지, 투자됐다면 어디에 투자됐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무역금융펀드는 가장 상황이 심각하다. 총 투자액 6000억원(5억 달러) 중 개인 투자금은 2400억원이고, 나머지 3600억원은 신한금융투자의 대출액(TRS)이다. 전체 투자금 중 절반가량은 사실상 손실이 확정됐고 추가 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은 현장조사를 거쳐서 분쟁조정을 6월 말 내지 7월 초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불법행위가 상당 부분 확인된 무역금융펀드 관련 분쟁조정이 우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그 배상기준은 가장 최근에 이뤄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된 세부 배상기준에 준용될 것이다. 당시 금감원은 불완전판매(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 20~40%, 판매사 내부통제 부실책임 20%, 초고위험상품 특성 5%를 합친 배상비율(45~65%)을 기준으로 하되, 피해자별 가감 사유를 고려해 최종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여기서 피해자별 가감 사유에서 가산사유는 예적금 가입목적, 노령자 등의 금융취약계층, 해피콜 부실, 비영리 공익법인의 경우를 의미하고, 차감사유는 최근 10년 내 투자경험이 많은 경우, 매입규모가 큰 경우, 투자상품 이해능력이 확실히 있다고 보이는 경우, 사실상 일임한 경우, 소기업을 제외한 영리법인의 경우를 의미한다. 

앞선 DLF 사건처럼 이번 라임 사태 관련해서도 판매사의 내부통제 부실책임을 이번에도 인정할지는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일부 판매사의 경우 이미 라임의 부실을 알면서도 판매한 정황이 있다고 조사되고 있어 이들 판매사의 경우 내부통제 부실책임의 책임 가중요소를 피해갈 수 없으리라 본다.

최근 금감원 보도자료를 보면,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사기 내지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또한 피해구제 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피해자들은 투자금 전체를 반환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기는 한다.

그러나 사기 내지 착오의 경우, 최종 분쟁 해결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법원에서조차 인정되는 비율이 극히 낮고, 특히 사기의 경우 라임의 사기뿐만 아니라 계약 당사자인 판매사(은행, 증권사)의 사기가 형사재판을 통해서 확정돼야 민사 재판부에서도 이러한 요건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니 관련 당사자의 형사판결은커녕 기소조차 되지 않은 시점에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를 피해구제 방안으로 고려하는 것은 무리라 본다.

더욱이 금융분쟁조정은 투자자와 금융기관 모두 동의해야 조정이 성립되는데, 투자금의 최종 수취 당사자도 아닌 은행 등 판매사가 투자금의 100% 모두 돌려주라는 조정결정을 받아드릴 가능성도 거의 없어서 분쟁조정결렬만 야기할 것이다.

피해 대응의 또 다른 한 축인 소송을 살펴보자. 현재로서는 금융 전문 변호사인 필자조차도 불완전판매 쟁점을 제외하자면, 누구를 상대로, 무슨 원인으로 소송을 제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즉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사실관계가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무역금융펀드가 정상 운용 중인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여 계속 판매한 혐의로 신한금융투자 관련 임원이 최근 구속됐는데, 이 사람이 동일한 내용으로 기소되는 경우, 판매사 신한금융투자를 통해서 무역금융펀드를 투자한 당사자들은 신한금투와 라임을 상대로 투자금반환소송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투자자들이 해당 펀드에 가입한 시기에 따라 사기 여부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 차후 기소내용을 면밀히 검토 후 소송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최근 10년 내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 투자 경험이 아주 많고 투자상품 이해능력이 상당하며 투자금액이 큰 개인(영리법인 포함)을 제외한 당사자들은 우선 금융분쟁조정을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송은 현재 문제 되는 관련 당사자들의 형사소송 즉 기소 등의 절차가 어느 정도 정리된 다음에 제기해도 늦지 않다. 더욱이 불완전판매 쟁점에 한정된 금융분쟁조정 결정에 따라 조정금을 받은 후 다시 형사재판에 따라 착오 내지 사기의 사실관계가 확정될 경우 관련 당사자들을 상대로 얼마든지 소송을 제기해 추가로 배상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필자는 동양그룹 부도 사태 때 금융분쟁조정 결정을 이미 받은 당사자들을 대리해 사기를 원인으로 유안타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추가배상금을 받은 바 있다.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는 말이 있다. 당장의 조급함으로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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