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한 맛 찾는 고급식당 늘면서 술 경향도 바뀌어
멥쌀로 빚는 술 늘고, 찹쌀 써도 예전보다 적게 사용

우리 술은 멥쌀과 찹쌀을 적절히 섞어 빚어낸다. 술의 단맛은 찹쌀에서 주로 구하고 알코올감은 멥쌀에서 많이 구한다. 요즘에는 담백한 음식에 잘 어울리는 드라이한 술을 찾는 쉐프들이 늘고 있어 우리 술도 그러한 경향성을 받아들이고 있다. 사진은 단맛보다 드라이한 맛을 내는 술들이다. 왼쪽부터 술샘의 ‘감사’, 송도향의 ‘삼양춘 탁주’, 석이원주조의 ‘석로주’, 송도향의 ‘삼양춘 약주’, 지리산옛술도가의 ‘여여’ 순이다.
우리 술은 멥쌀과 찹쌀을 적절히 섞어 빚어낸다. 술의 단맛은 찹쌀에서 주로 구하고 알코올감은 멥쌀에서 많이 구한다. 요즘에는 담백한 음식에 잘 어울리는 드라이한 술을 찾는 쉐프들이 늘고 있어 우리 술도 그러한 경향성을 받아들이고 있다. 사진은 단맛보다 드라이한 맛을 내는 술들이다. 왼쪽부터 술샘의 ‘감사’, 송도향의 ‘삼양춘 탁주’, 석이원주조의 ‘석로주’, 송도향의 ‘삼양춘 약주’, 지리산옛술도가의 ‘여여’ 순이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음식과 먹거리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해럴드 맥기의 <음식과 요리>에는 우리 밥상에 매일 오르는 쌀과 관련해 “풀 냄새, 버섯 향, 오이 향, 꽃 냄새, 옥수수 냄새 등”이 난다고 적고 있다.

그래서 우리 술을 마시면 누룩 특유의 향과 함께 풀 혹은 건초 향을 느낄 수 있고, 술에 남은 곡물의 단맛과 함께 참외 향과 맛을 맛보곤 한다. 잘 숙성된 술에선 꽃향기도 맛볼 수 있는 것이 쌀로 빚은 우리 술의 특징이다.

쌀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이 주식으로 먹는 먹거리이다. 주식으로 생산하는 곡물이니 자연스레 알코올 발효음료도 쌀에 집중된다. 특히 동아시아의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은 쌀로 빚은 술을 오래전부터 즐겨왔다. 우리는 막걸리와 청주, 그리고 중국은 황주, 일본은 사케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쌀은 전 세계에 약 10만 가지 품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제 강점기 이전 한반도에도 수천 종의 토종 쌀이 재배되고 있었다고 한다.

일제의 강압적인 미곡 수탈과정에서 토종은 거의 사라졌고, 지금은 생산량과 맛을 중시하면서 다수확이 가능한 서너 가지의 개량 품종이 우리 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가 시중에서 쉽게 구해 마시는 막걸리는 멥쌀로 만든다. 국내산 쌀로 빚는 경우도 있지만 낮은 공급가를 유지하기 위해 수입산 쌀을 더 많이 사용한다. 대도시 막걸리 공장은 물론 지방의 큰 양조장들이 대중적으로 빚는 술들은 거의 비슷한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십수 년 전부터 출시되고 있는 무첨가 막걸리들은 모두 국내산 멥쌀을 사용하고 있으며, 프리미엄 막걸리의 경우는 덧술 과정에서 찹쌀을 넣어 술의 단맛을 더 끌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멥쌀과 찹쌀의 차이는 무엇일까. 밥을 했을 경우 찰기가 더 있는 찹쌀은 효모와 누룩곰팡이들이 쌀의 주성분인 탄수화물을 다 분해하지 못해, 발효가 끝나도 단맛이 남게 된다. 이에 반해 멥쌀은 쉽게 분해되는 구조여서 쌀이 가지고 있는 당분은 거의 알코올로 전환된다.

따라서 멥쌀로 빚은 술은 드라이하면서 높은 알코올 도수를 보여 맵기까지 하며, 찹쌀로 빚은 술은 대개가 단맛을 지녔고, 두어 차례의 덧술 과정을 거치면서 감칠맛도 보태진다.

물론 전통주 기법으로 만든 술도 밑술은 멥쌀을 사용한다. 밑술에서 충분히 효모와 효소를 확보해야 찹쌀로 빚는 덧술을 안정적으로 발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선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술 중 주세법상 약주로 분류되는 술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대체로 찹쌀과 멥쌀을 같이 사용한 술들이 많고, 최근에는 담백한 음식을 내는 파인다이닝 식당에서 드라이한 맛을 찾고 있어 멥쌀만으로 술을 빚는 경우도 늘고 있다. 

술샘 감사 : 경기도 용인의 찾아가는 양조장 ‘술샘’은 지난해부터 다양한 우리 술을 신제품으로 내고 있다. 이곳에서 내는 약주 중 ‘감사’는 알코올 도수 14도 정도로 제법 알코올감을 가지고 있는 술이다.

그러나 부드러우면서도 단맛을 내고 있고, 신맛이 없어 편하게 대중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술이다. 술샘에서 만드는 ‘감사’ 시리즈는 차례와 제사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술을 염두에 둔 것이다. 누룩 향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감사’의 청주 버전을 선택하면 된다.

인천 ‘삼양춘’ : 인천의 송도향 전통주조에서 빚는 술은 서울의 삼해주와 유사하다. 인천에도 삼해주의 스토리텔링이 전해지고 있어 같은 방식으로 빚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도 삼양, 즉 세 번 빚는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고, 끝에 ‘봄춘’자를 붙였다. 춘은 고급 청약주의 예전 표기법이다.

삼양춘은 그동안 드라이한 술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술이다. 알코올 도수 15도로 가벼운 질감과 단맛이 느껴진다. 예전의 드라이함은 없지만 바람 없는 잔잔한 바다에서 배가 물결 따라 흘러가듯 부담 없이 다음 잔을 부르는 술이다.
 
지리산 ‘여여’ : 지리산 옛술도가는 지리산 둘레길에 자리한 소규모 양조장이다. 최근 전통주 전문점에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꽃잠을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옅은 황금빛, 질감은 중간 정도다.

신맛은 없고 단맛이 따라 올라온다. 삼양의 깊은 맛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둘레길을 걷다 쉬는 걸음에 꽃잠을 찾는다면, 굽이쳐 흐르는 연봉을 바라보며 마음 편한 친구와 마시기엔 여야만 한 것이 없을 듯싶다. 알코올도수는 15도이다.

대전 ‘석로주’ : 대전 석이원주조는 석이버섯 전문 식당을 운영하면서 버섯을 술에 적용한 신생양조장이다. 약주면서도 약주 같지 않다. 하지만 씁쓸한 향과 맛은 이름 그대로 약주다.

약주 같지 않다고 말한 것은 이 술을 빚는 쌀이 멥쌀 한 품종만으로 빚어져 단맛이 살짝 느껴질 뿐 다른 약주보다 안 달기 때문이다. 최근 양조인들이 눈여겨보는 쌀 품종 중 하나인 ‘용의 눈동자’라는 쌀로 빚어진 술이다.

알코올 도수는 13도이며 맛의 균형이 잘 잡힌 술이다. 기념해야 할 좋은 날 마시면 어떨까 싶다. 이 술도가의 ‘자자헌’도 권할만한 좋은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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