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보증 시스템 도입에 긴급대출 소진 속도 빨라져
점포 수 적은 지방 소상공인, 신청 병목현상에 초조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IBK기업은행의 코로나19 긴급대출 한도가 조기 소진될 것이란 예측에 대출 신청이 지연되고 있는 지방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20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대상 초저금리 긴급대출은 전날 기준 1조9429억원이 실행됐다.

기업은행의 긴급대출 소진은 지난 6일 보증서 심사·발급과 대출을 은행에서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간편보증 시스템 도입을 기점으로 가속도가 붙었다. 간편보증 시스템이 동반된 긴급대출 실행액은 1조3075억원으로 8일 만에 전체 판매분의 67%를 차지했다.

기업은행에 배정된 이번 긴급대출 한도는 총 5조8000억원으로, 현재와 같은 대출 판매 속도를 지속할 경우 이르면 내달 초 모두 소진될 전망이다.

긴급대출 조기 한도소진 예측에 아직 대출을 실행하지 못한 소상공인들은 차례가 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아직 60% 가량의 물량이 남아 있지만, 직원 업무 과부하로 집행되지 못하고 밀려있는 대기 대출 건수를 감안하면 신규 신청은 조만간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내 기업은행 점포 수가 적어 긴급대출 병목현상을 겪고 있는 지방 소상공인의 걱정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기업은행의 점포(출장소 제외) 수는 총 600개로, 이 중 404개가 수도권에 밀집돼있다. 지방에 있는 점포는 지역 내 긴급대출 수요가 근처 점포로 넓게 분산되지 않다 보니 영업시간 내내 수십 명의 상담 대기자가 밀려있는 게 부지기수다.

IBK기업은행 영업점별 대기고객수 현황. 14일 오후 2시 기준.
IBK기업은행 영업점별 대기고객수 현황. 14일 오후 2시 기준.

기업은행 홈페이지에는 영업점별 대기 고객 수 현황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일부 지점에 한하며, 별도의 방문 사전 예약제도 운용하지 않아 대출 상담을 원하는 소상공인은 지점 안에서 무기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에 긴급대출 신청을 하루라도 빨리 넣고자 대기자가 적은 점포를 찾아 원정을 떠나는 소상공인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소상공인은 “서울에는 (긴급대출) 당일 지급되는 곳도 많다던데, 지방은 상담 접수조차 당일에 하기 힘들다”며 “겨우 신청하고 나니 내달 초까지 대출금 집행을 기다려야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하루가 급한데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넘치는 소상공인 긴급대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정부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가능성은 미미하다. 소진기금이나 국책은행의 자본 증액,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예산 증액은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미하는데 정부에선 구체적인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긴급대출 병목현상이 초기보다 안정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일이 더 지나면 지역 구분 없이 더욱 원활하고 신속한 금융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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