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 어렵던 은퇴·자영업자에도 문 활짝
저금리 올 때면 문턱 낮추고 수익보전 나서

서울에 위치한 한 은행의 대출상담 창구모습.
서울에 위치한 한 은행의 대출상담 창구모습.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제로금리 시대가 오자 ‘대출 박리다매(薄利多賣)’ 카드를 꺼내 들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개인 신용대출 심사에 차주의 실질적인 상환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자산평가지수를 새롭게 도입했다. 

자산평가지수는 개인이 보유한 자산 중 주택의 평가금액을 규모별로 등급화한 것으로, 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서 등급을 산정한다.

우리은행은 KCB로부터 자산평가지수 정보를 받아 신고소득이 적은 고객의 대출 상환능력 평가에 보완적 지표로 활용할 계획이다. 

신고소득이 적거나 소득 증빙이 어려운 개인사업자, 은퇴자 등도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비교적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대출 영역 확대를 위해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손을 잡았다.

하나은행은 우아한형제들이 보유한 배달의민족 가입 자영업자 13만명의 매출액, 영업기간 등 정보가 담긴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에 금융 이력 부족으로 신용평가등급 산정이 어려워 대출을 진행하지 못했던 자영업자 수요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들이 취약 고리로 꼽혔던 중신용자에까지 대출 판매 영역을 넓힌 건 예대마진 확보 차원이다. 사상 최저수준으로 기준금리가 낮아지자 대출 총액을 늘려 수익 보전에 나선 것이다.

다만 연체율, 대손비용 등 잠재적 요인에 대한 관리 강화 필요성이 함께 대두된다.

가계·기업대출이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 2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43%로 전월말(0.41%)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1월 말에 이어 2개월 연속 오름세다. 

특히 코로나19발 경기공황 상태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3월 이후 대출금은 건전성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지난 2017년과 2018년 저금리 기조에도 주택담보대출 박리다매 효과로 이자이익을 냈다. 올해는 그동안 보수적 태도로 대해왔던 자영업자, 소상공인, 은퇴자 등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에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엔 중신용자를 평가할 만한 데이터 기반이 부족해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컸지만, 이제는 신용평가 과정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기술력이 반영돼 상황이 달라졌다”며 “대기업대출, 담보대출 등 보다 마진율은 낮아도 보다 많은 이들에게 판매함으로써 대출 총액 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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