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과정에서 생기는 시고 단 맛 그리고 알코올의 쓴맛
우리 술의 풍미, 누룩 발효할 때 발생하는 유기산 덕분

우리 술의 풍미는 누룩에 들어 있는 다양한 곰팡이가 만드는 유기산과 발효되지 않고 남은 잔당에 의해 만들어진다. 사진은 오랜 세월 전통주를 복원해온 박록담 선생이 각종 주방문에 따라 빚은 술들이다.
우리 술의 풍미는 누룩에 들어 있는 다양한 곰팡이가 만드는 유기산과 발효되지 않고 남은 잔당에 의해 만들어진다. 사진은 오랜 세월 전통주를 복원해온 박록담 선생이 각종 주방문에 따라 빚은 술들이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단맛과 짠맛은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찾는 맛이다. 단맛은 신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지닌 맛이고, 짠맛은 대사과정의 균형 및 생존에 필수적인 수분을 유지하는 맛이다. 어느 것 하나도 부족하지 않게 취해야 살아갈 수 있는 맛이기에 본능의 맛이고 생존의 맛인 것이다.

이에 반해 신맛과 쓴맛은 학습을 통해 익숙해지면 찾는 맛이다. 시고 쓴맛이 대개 생존을 위협하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신맛은 부패를, 쓴맛은 독을 의미하니 본능적으로 거부하게 된다. 그러다 필요에 따라 찾아 먹게 되는 맛이어서 학습의 맛, 혹은 문명의 맛이라고도 한다.

문명의 맛인 시고 쓴맛은 달고 짠 본능의 맛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특히 단맛은 시고 쓴맛과 함께 궁합을 이루며 훈련을 통해 맛의 경계를 넓힌 주역이기도 하다. 잘 익은 과일에서 얻을 수 있는 달고 신 맛을 떠올려보자.

쓴맛은 몸에서 그 효과를 체득하기 전까지 단맛에 의존해서 맛을 누그러뜨린 뒤 홀로서는 맛이다. 쓴 한약이나 아메리카노 커피를 연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맛에 관한 이야기를 서두에 꺼낸 이유는 알코올음료가 지닌 맛을 말하기 위함이다. 공교롭게도 알코올음료는 본능의 맛과 문명의 맛을 모두 지니고 있다. 알코올은 쓴맛과 단맛, 그리고 뜨거운(매운) 맛을 지니고 있다. 또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맛은 신맛과 단맛. 즉 술에는 사람들이 혀에서 느낄 수 있는 다섯 가지 맛이 다 들어 있는 것이다.

맛과 향 : 독일의 한 심리학자는 즐거움의 본질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즐거움의 대상이 와인일까, 와인을 마시는 것일까, 와인을 마시는 감각적 경험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와인을 평상시에 즐기는 당신은 어떠한가. 와인 자체인가 아니면 와인을 마시는 행위인가, 그도 아니면 와인이 가져다주는 감각적 경험인가.

답은 너무도 분명하다. 와인을 마시고 난 뒤 느끼는 감각적 경험과 풍미가 와인을 다시 찾도록 만드는 것이다.

알코올의 풍미는 우리가 마신 술에서 맛으로 느껴지는 것들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맛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우리의 후각은 맛과 향을 구별하지 못하고 한 덩어리로 느낀다고 한다. 일례로 딸기를 한 입 베어 물면 우리는 딸기 맛이 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딸기 향을 느끼는 것이란다.

즉 앞서 설명한 다섯 가지 맛 이외의 맛은 모두 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구분할 수 있는 후각의 가짓수가 무려 1조 가지 이상이라고 한다.

발효에서 가장 주요한 것은 누룩이다. 좋은 누룩이 필요하고, 좋은 누룩은 나쁜 성분을 제거해서 발효제로 사용해야 한다. 사진은 나쁜 성분을 누룩에서 제거하기 위해 법제하는 장면이다. 누룩은 전남 장성의 청산녹수에서 만들고 있는 누룩이다.
발효에서 가장 주요한 것은 누룩이다. 좋은 누룩이 필요하고, 좋은 누룩은 나쁜 성분을 제거해서 발효제로 사용해야 한다. 사진은 나쁜 성분을 누룩에서 제거하기 위해 법제하는 장면이다. 누룩은 전남 장성의 청산녹수에서 만들고 있는 누룩이다.

알코올의 맛 : 우리가 음용하는 에틸알코올은 쓴맛과 단맛이 중심이며, 여기에 뜨거운 맛이 뒤따른다. 쓴맛과 단맛은 혀에 있는 감각수용체에서 맛을 감지하는데, 이 수용체에서 알코올을 활성화해 맛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매운맛은 아픔을 느끼는 감각이 통증처럼 받아들여 느끼게 되는 맛이다.

쓴맛의 근원은 알코올 고유의 느낌이고, 단맛은 에탄올보다 분자 수가 많은 고급알코올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이다. 뜨거운 맛은 도수 높은 술을 마셨을 때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 느껴지는 맛을 말한다.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맛 :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맛과 향은 다양하다. 우선 신맛과 단맛, 그리고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고급알코올이 가져다주는 맛과 향이다.

신맛의 근원은 효모에 의한 발효의 결과 생기는 다양한 유기산의 역할이다. 김치와 요구르트에서 느낄 수 있는 젖산은 부드러운 신맛이고, 레몬을 생각하면 침이 고이게 되는데 자극적이고 날카로운 구연산의 역할이다.

또 식초처럼 콕 찌르는 초산의 맛과 덜 익은 사과에서 느낄 수 있는 맛없는 신맛은 능금산 등이다. 이런 유기산들이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생기게 되고 발효가 끝나고 숙성을 거치면 부드러운 젖산으로 변환되어 상큼한 신맛을 가져다준다.

술의 단맛의 근원은 두 곳에 있다. 먼저 발효되지 않고 남은 과일 및 곡물의 잔당이 단맛의 근원이며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급알코올이 주는 단맛도 있다. 이와 함께 고급알코올이 지닌 다양한 향은 술의 개성을 가져다준다.

특히 누룩을 이용하는 우리 술은 과일 발효주보다 신맛이 덜하다고 한다. 발효과정에서 유기산이 덜 발생하는 것이다. 또 술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신맛은 모두 누룩곰팡이가 만드는 여러 유기산이 결합한 결과이다. 즉 우리 술의 풍미는 누룩에서 빚어낸 맛의 향연의 결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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