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새 7천억 급증했지만…정부 '올해 2조 더 늘려라'
담보 가치평가·담보권 실행 불확실해 부실확대 우려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동산금융 활성화를 촉구하는 정부 압박에 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IBK기업·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국내 주요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취급 잔액은 지난 2017년 말 1890억원에서 2018년 말 4361억원, 지난해 말 9135억원 등 최근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속적인 동산금융 활성화 정책에 부응한 결과다. 정부는 담보대출의 부동산 부문 의존도를 낮추고,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여력 확대 방안으로 동산 담보를 주목했다.

기계설비, 재고자산, 지식재산권(IP) 등 다양한 유형의 동산은 잠재력이 풍부하고 기업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어 담보로서의 활용 가치가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올해 경제정책 방향 중 하나로 연말까지 동산담보대출 취급 잔액을 3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여러 동산을 하나의 담보로 평가받도록 하는 일괄담보제도와 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실적을 기술금융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달 16일에는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에 동산담보대출이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동산금융을 제재 면책 대상에 포함하기도 했다.

정부의 중장기적 동산금융 활성화 기조에 은행들은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동산금융은 담보물 추적의 어려움, 이중 담보제공 우려, 담보물의 제3자 선의취득에 대한 대항능력 부족, 처분시장 미발달 등 담보권 실행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가 크다.

일례로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동산금융 활성화를 촉구하며 혁신 사례로 극찬했던 동산담보대출 전문 P2P업체 ‘팝펀딩’은 상공업 물품 담보 상품에서 대규모 연체가 발생해 투자자들에게 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는 홈쇼핑이나 오픈마켓 판매업체(벤더) 등 상공인을 대상으로 재고자산 담보대출을 실행해오던 곳이다.

겨울 의류 등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내줬다가 상품 판매가 부진해 부실 사태를 빚었다. 팝펀딩의 연체율은 올해 초 16.91%에서 한 달여만인 지난 1월 15일 기준 48.09%로 30%포인트 넘게 급증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정부는 사물인터넷(loT), 빅데이터 등 스마트기술을 활용한 담보 관리로 부실률을 높이라고 주문하지만, 상공업 물품이나 농·수산물, IP 등 담보에는 반영하기 힘들다”라며 “현재 영위하고 있는 동산담보대출 대부분이 관리기기 부착이 가능한 공장 기계 설비 담보에 쏠려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담보 관리가 가능한 수준에서 대출 규모를 서서히 늘리고 있는데, 정부의 지속된 동상금융 확대 주문이 다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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