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단 받고보자’ 수요 줄이려 조건강화
“선착순 아니라더니”…뒷감당은 판매처 몫

서울 소재 IBK기업은행 영업점 입구에 부착된 코로나19 긴급대출 상담 관련 홀짝제 도입 안내문.
서울 소재 IBK기업은행 영업점 입구에 부착된 코로나19 긴급대출 상담 관련 홀짝제 도입 안내문.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정부의 불공평한 코로나19 긴급대출 정책에 경영안정자금 조달을 기다리던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출 수요 병목현상에 신청 순서가 밀렸을 뿐인데 보다 조건이 나빠진 긴급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내놓은 긴급대출 프로그램을 연장하기로 했다.

현재 12조원 규모로 운영 중인 긴급대출 프로그램에 4조4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고 금리와 한도, 지원조건 등을 재설계해 10조원 규모의 2차 긴급대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게 골자다. 애초에 편성했던 긴급대출 예산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고갈된 데 따른 조치다.

긴급대출은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소진기금) 대출과 IBK기업은행 초저금리 대출, 시중은행 이차보전 대출로 이뤄져 있다. 금리는 연 1.5%로 같으며 신청자의 신용등급이나 필요한 자금 규모에 따라 신청하는 대출이 달라진다.

오랜 내수 침체 탓에 대체로 신용등급이 낮은 영세 소상공인이 대거 몰린 소진기금 대출은 이달 말, 기업은행 대출은 내달 초쯤이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유례없는 초저금리 대출상품에 기존 대출 대환 수요와 무분별한 신청자격이 긴급대출 조기 고갈을 촉진했다 보고 있다. 이에 2차 긴급대출은 금리를 소폭 올리고 한도는 낮추며 자격조건은 좀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방침이다.

갑작스러운 긴급대출 조건변경 소식에 대출 신청 및 집행을 기다리고 있던 소상공인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소상공인은 “몇 날 며칠을 기다려 긴급대출을 겨우 신청하고 집행까지 무한정 기다기고 있는 와중에 조건이 변경될 수 있다는 날벼락을 접했다”며 “애초에 좋은 조건을 선착순으로 판매한 것도 아니고, 접수가 늦었다는 이유로 차별을 두겠다니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긴급대출을 아직 실행하지 못한 소상공인 불만에 대한 뒷감당은 온전히 판매처 몫이 됐다. 1차 긴급대출에 들기 위해 집행을 재촉하는 신청자들의 요구가 쏟아지고 있지만, 현장에선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긴급대출 관련 업무 과부하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는 대기 건수를 감안하면 신규 접수건은 2차 긴급대출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고객에게 이를 안내해야 하는데 아직 2차 긴급대출에 대한 상세 조건이 나오지 않아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2단계 긴급대출 프로그램의 신청자격과 대출 한도, 금리 등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 논의 중”이라며 “가(假)수요를 줄이고 꼭 필요한 사람에게 자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