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수확 이후 장마철에 누룩 만들어 빚은 자연의 맛
휴동·산성·술공방·별산·다랭이팜 등 다수 시판 중

누룩은 밀과 보리 수확이 끝난 뒤 비가 많이오는 고온다습한 6~7월에 만들어진다. 습도와 온도가 적절해야 누룩곰팡이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사진은 신맛을 돋우는 부산 금정산성의 누룩실 내부 모습이다. 피자 도우처럼 얇고 둥근 누룩 모양이 이채롭다.
누룩은 밀과 보리 수확이 끝난 뒤 비가 많이오는 고온다습한 6~7월에 만들어진다. 습도와 온도가 적절해야 누룩곰팡이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사진은 신맛을 돋우는 부산 금정산성의 누룩실 내부 모습이다. 피자 도우처럼 얇고 둥근 누룩 모양이 이채롭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자연에서 신맛은 예정된 맛이다. 시간이 흐르면 당분을 가득 머금은 과일은 자연 발효과정을 거치게 된다. 곡물도 물이 닿으면 이삭에 붙어 있는 곰팡이들이 발효를 시킨다.

이 과정에서 알코올도 만들어지지만, 자연스러운 신맛도 발생한다. 그리고 온도가 높아지면 초산까지 발효 전쟁에 개입하게 된다. 따라서 자연에서의 신맛은 말 그대로 자연스럽다.

하지만 사람들은 신맛을 경계한다. 부패의 징조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류는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신맛을 꺼리게 됐다. 그러나 발효의 맛을 알게 된 이후 신맛은 학습을 통해 익히게 된다.

이런 신맛은 달고 짠 음식과 잘 어울린다. 신맛이 다른 맛을 끌어 안아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을 마실 때 먹는 안주도 술을 안아준다는 뜻에서 누를 안(按)자를 쓰고 있다.

우리가 발효음식에서 느끼는 신맛은 다양한 곰팡이와 효모의 역할이다. 젖산과 유산, 능금산 등의 유기산이 발효과정에서 발생하게 되고, 숙성을 거치면서 부드러운 신맛으로 발전한다.

특히 우리 술의 신맛은 누룩이 큰 역할을 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누룩은 병국(떡누룩)이라고 부른다. 메주 같은 생김새다. 보리와 밀을 수확하고 난 뒤인 6~7월은 누룩 철이다.

긴 장마의 계절인 이 시기는 고온다습한 환경에 의해 유익한 곰팡이와 효모들이 밀과 보리로 만든 누룩에 앉기 쉬웠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습도가 다르므로 누룩이 제대로 빚어지도록 누룩의 두께와 크기를 달리했다.

한반도의 남쪽은 가장 고온다습한 기후다. 여기서 안정적으로 누룩을 띄우기 위해선 두께가 얇아야 한다. 대표적인 누룩이 부산 금정산성 누룩이다. 스파클링 막걸리의 원조격인 울주의 복순도가도 비슷한 누룩을 성형한다. 남쪽의 습기가 많고 더운 기후 조건에서 누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그리 성형했을 것이다.

이렇게 신맛을 돋아주는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를 소개한다. 진안주와 잘 어울리는 신맛을 생각하면 이 막걸리들이 특별하게 여겨질 것이다.

달고 짠 본능의 맛과 문명의 맛인 신맛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기름진 안주와 신맛을 가진 술을 생각하면 그 맛이 떠오를 것이다. 자연의 맛인 신맛의 막걸리가 늘고 있다. 신맛을 꺼려하는 일반 소비자들도 서서히 산미에 익숙해진 결과이다. 사진 왼쪽부터 술공방 9.0, 별산, 삼봉표 아리랑, 다랭이팜, 휴동, 금정산성, 생유산균제주막걸리이다.
달고 짠 본능의 맛과 문명의 맛인 신맛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기름진 안주와 신맛을 가진 술을 생각하면 그 맛이 떠오를 것이다. 자연의 맛인 신맛의 막걸리가 늘고 있다. 신맛을 꺼려하는 일반 소비자들도 서서히 산미에 익숙해진 결과이다. 사진 왼쪽부터 술공방 9.0, 별산, 삼봉표 아리랑, 다랭이팜, 휴동, 금정산성, 생유산균제주막걸리이다.

휴동막걸리 : 경기도 여주에 있는 명주가에서 생산하는 프리미엄 막걸리다. 여주산 찹쌀과 멥쌀을 사용했고 단맛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양조 레시피 자체가 슈퍼 드라이를 지향하고 있어서 곡물의 단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적절한 산미와 감칠맛이 술의 중심을 잡고 있으며 알코올 도수는 8도로 시판 막걸리보다 약간 높다. 누룩 향과 버섯 향 등 쌀의 특징을 나타내는 향이 뒤따른다. 초심자보다는 애주가들의 술이라 할 수 있다.

술공방 9.0 : 충청남도 청양군에 위치한 두이술공방에서 빚는 무감미료 막걸리다. 청양쌀을 사용하고 있으며 알코올 도수는 술 이름에 나타나 있듯이 9도이다. 예전 시골막걸리의 맛을 살리려 해 질감은 걸쭉하고 진한다.

하지만 맛은 부드럽고 깔끔하다. 신맛과 단맛이 잘 어우러져 있다. 바닐라 향과 아카시아 향 등 가벼운 봄꽃이 잔 가득 담겨 있는 술이다.

별산막걸리 : 경기도 양주의 양주도가에서 만들어져 지난해 출시된 신제품이다. 진안주와도 잘 어울릴 정도로 산미와 감미가 가득하다. 술의 질감은 중간 정도며 알코올 도수도 6.5%여서 목마른 날 벌컥 들이킬 수 있을 만큼 목 넘김이 좋다.

신맛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산미를 상업적으로 잘 완성한 술이다. 특히 고급스러운 신맛을 내기 위해 6년 발효시킨 감식초의 식초균을 사용한 술이기도 하다.

금정산성막걸리 : 신맛 막걸리의 대명사다. 부산대 뒷산인 금정산에 있는 금정산성막걸리는 피자처럼 얇고 둥근 도우 모양의 누룩으로도 유명하다. 누룩에서 비롯된 신맛은 감미료의 단맛이긴 하지만 잘 어우러져 있다.

신맛 나는 막걸리 중 가장 가격이 저렴한 술이므로 가성비를 갖춘 것이다. 신선한 해산물이 많은 바닷가에서 생산하는 막걸리여서 오히려 신맛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산성막걸리와 궁극의 조합으로 꼽는 안주는 동래파전과 염소불고기 등이다.

다랭이팜생막걸리 : 드라이한 술맛으로 유명한 경남 남해의 다랭이팜생막걸리. 단맛보다는 막걸리 본연의 맛에 집중돼 있다. 감칠맛과 산미가 술맛의 중심이며 부드러운 질감에 자연스레 다음 잔이 채워진다.

알코올 도수는 6도이며, 바닷가 양조장 특유의 신선함이 느껴진다. 이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유자를 넣은 막걸리는 유자 특유의 향까지 같이 따라와 상큼한 술맛을 주며, 흑미막걸리는 시각적으로 건강한 맛을 전달하는 술이다.

삼봉 아리랑막걸리 : 강원도 원주에서 빚는 삼봉표 아리랑막걸리는 원주 토토미로 만들어진다. 앉은뱅이 밀누룩을 사용하고 있고 흑설탕 같은 짙은 색을 띠는 막걸리다. 단맛은 그리 강하지 않고 산미는 적절하게 올라온다.

눈에 보이는 색만큼 술은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알코올 도수는 6.5도이며 휴동막걸리와 맛의 뉘앙스가 비슷하다.

우리쌀 생유산균 제주막걸리 : 수입산 쌀을 사용하는 막걸리도 있지만 시음주로 선택한 술은 국내산 쌀로 만든 막걸리다. 제주생탁은 올레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막걸리로 요구르트 같은 산미가 느껴지며 탄산과 단맛은 그리 강하지 않다. 가벼운 질감이며 유산균에서 오는 신맛은 산뜻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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