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작년 건강상해 신계약보험료 9420억원 '종신 역전'
IFRS17 도입시 재무부담↑…"종신만 팔아선 생존 힘들어"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생명보험 상품의 꽃은 종신보험’이란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지난해 제3보험 연납화보험료(APE)는 전년(5750억원) 대비 63.8% 늘어난 942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종신보험 APE는 전년(1조740억원) 대비 13.7% 감소한 9270억원이다.

제3보험 APE가 종신보험을 처음 역전한 것이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보장성보험 전체 APE는 1조9040억원이다. 이 가운데 제3보험 비중은 49.5%, 종신보험은 48.7%, CI보험은 1.8%(350억원)를 기록했다.

생보사가 판매하는 보장성보험은 종신보험과 중대질병(CI)보험, 그리고 두 상품을 제외한 제3보험(기타보장성보험)으로 나뉜다. 제3보험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판매 가능한 보험종목으로 건강상해보험, 질병보험, 간병보험 등을 말한다.

지난 2018년 보장성보험 APE 구성과 비교해도 삼성생명의 제3보험 확대는 두드러진다. 당시 삼성생명의 전체 보장성보험 APE는 1조7420억원으로 종신보험(1조74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61.7%였다. 불과 1년만에 1400억원의 종신보험 신계약매출이 제3보험 영역으로 이동한 거다.

자산규모 업계 2위인 한화생명도 제3보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제3보험 APE는 전년대비 93.4%(2110억원) 늘어난 437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보장성보험 APE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8%로 전년(13.4%)보다 10.5%포인트 늘어났다.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해 기준 보장성보험 전체 APE 중 종신보험과 CI보험 비중이 63.2%를 차지하고 있지만, 제3보험 매출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곧 종신보험을 역전할 가능성이 크다.

상장 보험사 가운데 하나인 동양생명도 비슷한 추세다. 지난해 전체 보장성보험 APE 중 제3보험 증가 폭은 12.9%인 반면 종신보험과 CI보험 증가 폭은 2.8%로 미미했다. 지난해 보장성보험 APE(4920억원) 중 제3보험(1930억원) 비중은 39.2%다.

생보사들이 제3보험에 가장 집중하는 이유는 오는 2023년 예정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IFRS17 하에서는 보장성보험 중에서도 종신보험보단 제3보험 판매가 더 유리하다. IFRS17에선 향후 보험기간 동안 발생할 예상 보험료 수입과 보험금 지급을 현재가치로 평가해 회사 수익을 계산해야 한다. 종신보험처럼 평생 높은 이율의 보증을 제공하는 상품은 보험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이 생보사의 꽃이라 불린 이유는 다른 상품 대비 보험료가 비싸고 납입기간이 길어 보험사 수익성에 좋아서였다”라며 “이제 IFRS17 도입, 저성장·고령화 등으로 생보사가 종신보험만 팔아선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APE란 월납, 분기납, 일시납 등 다양한 납입방법별 보험료를 연납으로 통일한 보험사의 영업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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