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설명서 상 명시된 기초지수 외 다른 종목 편입
투자자 “안전 투자 원했다면 타사 ETF 선택했을 것”

<대한금융신문=최성준 기자> 삼성자산운용이 원유 관련 상장지수(ETF) 운용에서 투자설명서상 계약자들에게 제시한 운용전략에 어긋나는 월물을 편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ETF는 특정 지수의 성과를 추적하는 인덱스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게 한 펀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삼성자산운용은 ‘KODEX WTI 원유선물(H) ETF‘의 기초지수 구성종목인 최근 월물 외 원(遠)월물의 원유 선물을 편입했다.

해당 ETF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WTI원유선물 가격을 기초로 하는 S&P GSCI Crude Oil Index Excess Return 지수를 기초지수로 한다.

이 지수는 최근 월물로만 월물 교체가 이뤄지는 지수로 유가의 움직임을 보다 잘 반영한다. 이에 따라 삼성자산운용의 ETF도 최근 월물인 6월물을 편입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삼성자산운용은 기초자산외 월물인 7, 8, 9월물의 원유 선물을 편입했다. 지난 22일 기준 6월물 비중은 79.22%였으나 지난 28일 37.12%로 줄었다. 7, 8, 9월물은 각각 18.07%, 17.03%, 8.05%로 편입했다.

이는 기존 투자설명서상 제시된 운용전략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원래 약속했던 기초지수를 추종하지 않고 삼성자산운용이 임의적 운용을 한 것이다.

만약 원유에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조금 더 안정적인 상품에 가입하기 원했다면 S&P GSCI Crude Oil Enhanced Index Excess Return 지수를 기초지수로 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원유선물Enhanced(H) ETF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었다.

해당 지수는 Enhanced지수로 상황에 따라 월물 비중을 조절한다. 최근 월물과 차근 월물의 가격차가 0.5% 미만인 경우 2번째 근월물을 편입하고 0.5%이상 가격차가 날 경우 당해년 12월물 혹은 익년 12월물을 편입하는 것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일방적 운용방식 변경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소송을 위해 만들어진 투자자 카페의 설문조사에서는 전체의 97.9%가 투자설명서에 명시된 내용 이외의 방식으로 선물교체를 진행할 경우 삼성ETF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관련 업계도 지수 제공업체가 기초지수를 변경하지 않았는데 패시브 펀드인 ETF에 기초지수 이외에 종목을 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패시브 펀드인 ETF는 액티브 펀드와 달리 운용사의 판단은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 투자 약관 상 반드시 근월물을 보유한다는 조항은 없으나 근월물을 편입하는 것처럼 표현돼 있고 과거 계속 근월물만 갖고 있었다“며 ”투자자들이 위험성에 대해 알고 들어온 상품인데 사전 고지 없이 교체한 것은 목적과 상관없이 형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원유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하락하는 등 초유의 상황에서 투자와 펀드를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게 운용사의 입장”이라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선제적 판단으로 법규와 투자설명서가 허용한 범위 내에서 분산투자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편 KODEX WTI 원유선물(H) ETF가 추종하는 지수의 지수제공업체인 S&P 다우존스는 전날 S&P GSCI Crude Oil Index Excess Return 지수의 변경을 알렸다. 이날부터 현재 가진 6월물을 모두 7월물로 옮기는 방식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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