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한 자신 알아보지 못한 ‘회남자’의 공우애
화 누그러뜨리지 못한 우리 자신일 수도 있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유피테르(제우스)가 비로 변신하고 황소로 모습을 바꾸면서 아름다운 여신에게 접근하고 큐피트의 황금 화살을 맞은 아폴론은 사랑의 열병을 앓고 다프네에 접근하지만, 납 화살을 맞은 다프네는 아폴론이 싫기만 하다. 그의 손길을 벗어나기 위해 피하다 힘에 부쳐 아버지의 도움으로 월계수로 변신한다.

바쿠스(디오니소스) 덕분에 손에 닿는 모든 것이 황금이 돼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쁘기만 했던 미다스. 하지만 이내 실망하고 만다. 부자가 됐을는지는 몰라도 먹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비참한 인간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미다스는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바쿠스를 찾아가 비방을 받고 강물 속에서 황금의 기운을 씻어내야 했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 담겨 있다. 카오스(혼돈)에서 시작된 역사가 코스모스(조화)에 이르게 됐고, 그 힘 중 하나는 사랑이라는 내용을 담아내면서 그리스 신화의 풍부한 상상력을 이입시켜 쓴 책이다.

그런데 변신은 서양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동양의 세계관에서 변화(易)는 질서의 근원이다. 동아시아에서 살던 사람들은 계절도, 상황도 그리고 인생도 변화 속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자는 ‘변화’를 운명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영혼은 사라지지 않고 그저 변하는 것이라고 본 장자. 그래서 영혼을 불꽃에 비유하며 땔나무가 다 타도 다른 나무에서 불잉걸을 이어간다고 말한 장자는 세상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변하면서 지속한다고 바라봤다.

한나라 고조 유방의 손자인 유안도 변화와 변신에 관한 이야기를 그의 책 <회남자>에 담고 있다. 그가 쓴 일화 중 하나를 소개한다. ‘공우애’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역병에 걸려 호랑이로 변신하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모습을 지켜보게 된 그의 형은 호랑이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형식이 바뀌면 내용도 같이 바뀌듯이 공우애는 호랑이가 됐을 때 자신이 본래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고, 사람이었을 때는 자신이 호랑이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공우애는 각각의 상황으로 변하면서 변화된 상태의 자신을 즐겼다고 유안은 적고 있다.

또 유안은 겨울이 되면 물이 얼고, 봄이 다가오면 녹아서 물이 되듯이 얼음과 물이 앞뒤로 서로 바뀌고 변화하는 것, 마치 원을 빙글빙글 도는 듯 흐르는 것이 세상사라고 말한다.

그런데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도 <회남자>에 등장하는 공우애가 아닐까. 특히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인다. 화를 낼 때, 그리고 친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눌 때 자신의 얼굴과 감정을 생각해보면 스스로 답을 구할 수 있을 듯싶다.

즉 유안은 공우애의 사례를 통해 조석변개 하는 인간의 감정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됐다.

평소보다 더 많은 배려와 이해가 있어야 타자에 대해 예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리더들의 배려가 절실한 순간이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