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최대 충당금 적립한 글로벌 은행과 대조
원화대출 연체율 상승세…“금융권 충격 후행 인지해야”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국내 은행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한 부실채권 비상에도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에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은행이 코로나 사태로 거액의 대손충당금을 쌓는 것과 비교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IBK기업 등 국내 주요 5개 은행의 지난 3월말 기준 대손충당금 평균 잔액은 1조4520억원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지난해 말(1조4582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의 전분기 대비 증감률은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128.4%(582억원), 45.4%(246억원) 상승한 반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기업은행은 68.9%(810억원), 29.6%(252억원), 50.7%(2249억원) 감소하는 등 격차를 보였다.

다만 이는 거액충당금 환입 요건 유무에 따른 차이로, 은행 대부분이 예년 수준에 맞춰 대손충당금을 전입했다.

코로나19발 금융위기를 함께 맞은 글로벌 주요 은행이 기업, 가계가 빚을 갚지 못할 것을 대비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는 행보와 대조적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9개 주요 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한 악성 대출 디폴트에 대비해 최근 325억달러(약 39조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마련했다. 유럽의 주요 13개 은행도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투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올해 1분기 미국과 유럽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규모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500억달러(약 61조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미국 은행들의 대손충당금은 전년 동기보다 350% 늘어난 250억달러(약 30조원), 유럽 은행들은 270% 늘어난 160억달러(약 19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국내 은행들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금융경제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 건전성 및 수익성 악화 방어를 위한 선제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담보 및 보증 확대를 단행하며 리스크 대응 체력을 높이긴 했으나,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발생하면 금융권의 충격 현실화는 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대비하기엔 은행들의 충당금 적립액이 높지 않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권 대출 연체율은 지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2월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 0.43%로 전월 말(0.41%) 대비 0.02%포인트 상승하며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30%로 전월 말(0.29%) 대비 0.01%포인트 올랐고 기업대출 연체율도 0.54%로 전월 말(0.51%) 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 한 관계자는 “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에 코로나19 관련 대출 취급액이 늘어난 것이 반영되긴 했으나 잔액이 크게 늘지 않은 거로 보아 이정도 금액 변동엔 큰 의미가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며 “대출 연체율이 오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까진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분기까지는 충당금을 쌓을 정도까지 코로나19 영향이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관련으로 충당금이 추가 반영되려면 대출받은 개인과 기업의 여신에 연체가 더욱 급증하거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2분기 말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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