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7 13:10 (수)
언택트 시대를 메워주는 랜선 스킨십
언택트 시대를 메워주는 랜선 스킨십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20.05.11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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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기술 효과 발휘하면서 스킨십 공백 메우고 있어
윤종규 KB회장 e-타운홀미팅, 언택트 방법론 늘어날 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초원사진관’을 운영하는 청년 정원과 주차단속원 다림의 사랑을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한 허진호 감독의 1998년작 〈8월의 크리스마스〉의 마지막 나레이션이다. 상대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고마움이 절절하게 묻어나는 글이다.

하지만 시간은 영원할 수 없는 둘의 사랑을 추억으로 그치게 할 것이고, 언젠가는 그 추억마저도 빛바랜 기억처럼 흐릿해져 결국에는 지워질 것이다. 안 보면 보고 싶지만, 또 안 보면 결국 잊히는 것이 인지상정.

‘거자일소(去者日疎)’다. ‘떠난 사람은 결국 멀어진다’는 이 구절은 중국 남북조 시대에 만들어진 <문찬>에 전해지는 시의 첫 소절이다. 이 시구처럼 오래 떠나 있으면 잊히는 것이 사람의 관계이다.

영어에도 이와 유사한 표현이 있다.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에서 유래돼 오랫동안 속담처럼 쓰이는 말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너무 흔하게 회자 돼 오히려 낡은 느낌의 표현이다.

10년 동안의 트로이 전쟁으로 헤어져 있어야 했고, 또 10년 동안의 예기치 못한 유랑으로 만날 수 없었던 오딧세이와 페넬로페. 그러나 오딧세이는 각종 유혹을 뿌리쳤고, 심지어 자신의 아내와 자신의 지위를 탐하던 무례한들을 단죄하고 페넬로페를 구한다.

즉 오딧세이는 ‘눈에서 멀어져 있던’ 페넬로페를 마음에서 지우지 않은 것이다. 귀향이라는 목표가 둘을 연결해준 강력한 끈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됐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얼마 전까지 만끽했던 일상성을 회복하진 못하고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앞에서의 속담처럼 사회성의 욕망을 차단당한 채, 인위적인 거리두기의 결과물인 스킨십의 빈자리를 복원시키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오딧세이처럼 사회적 인간이라는 강력한 관계의 끈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일상화된 디지털노마드에 대응하고자 시작된 언택트 기술들이 빛을 발하면서 스킨십의 공백이 효과적으로 메워지고 있다.

부서원의 사기진작 등을 이유로 자주 가졌던 회식자리는 각자의 집에서 무선으로 연결한 ‘랜선 회식’이 대신하고 있으며, 다중 접촉이 불가피해 문을 닫아야 했던 헬스클럽은 각종 오프라인용 운동 수업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끊어진 관계를 최대한 복원시키면서 회원들의 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날이면 청와대에 어린이를 모아 행사를 했던 청와대도 공식 유튜브채널을 활용해 언택트 시대의 어린이날 행사를 가졌다. 이 영상은 어린이날 당일에만 20만회 정도 조회수를 기록했으니 나름 성공적인 언택트 스킨십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비접촉 랜선 스킨십이 일상화되고 있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1일 은행통합 14주년 기념사에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선을 넘는 도전과 구체적인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내부 회의는 물론 고객과의 미팅에서 화상회의 활용”을 권장한 바 있다. 진 행장은 또 은행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며 언택트 소비에도 주목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타운홀미팅을 통해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꾸준하게 진행해 온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행보도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가진 올 첫 타운홀미팅을 유튜브를 통해 가졌기 때문이다. KB카드 대구 경북 지역 직원들과 가진 이번 미팅은 실시간 채팅을 하면서 대화를 가졌으며 코로나 19로 고생한 직원들에 대한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주로 전달했다.

한편 윤 회장은 내달까지 계열사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계속 가질 예정이다.

이같은 금융회사 수장들의 랜선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랜선 스킨십은 더 이상 스킨십을 위한 하나의 방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프라인 스킨십이 리더십과 인관관계를 연결짓는 하나의 채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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