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는 보험금이 거둔 보험료 2년째 웃돌아
디마케팅 탓…운용자산 축소에 역마진 '이중고'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보장성보험 위주로 체질개선하는 과정에서 과거 대량으로 판매한 저축성보험 탓에 골치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저축상품 보험금 지급률이 2년 연속 100%를 웃돌고 있다.

보험금 지급률이란 수입보험료를 지급보험금으로 나눈 값이다. 보험금 지급률이 100%를 웃돈다는 의미는 한 해 동안 거두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더 많았단 의미다.

삼성생명의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는 지난 2017년 6조9234억원, 2018년 6조3664억원, 지난해 6조836억원이었다. 반면 지급보험금은 각각 5조7535억원, 6조6391억원, 6조9771억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한 보험금 지급률은 2017년 83%에서 2018년(104%) 처음 100%를 돌파한 뒤 지난해 115%를 기록했다.

생명보험업계 자산순위 2위인 한화생명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의 보험금 지급률은 각각 84%, 102%, 102% 등이었다. 한화생명의 보험금 지급률이 삼성생명보다 낮은 건 저축성보험 디마케팅을 삼성생명이 더 일찍 시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축성보험의 보험금 지급률 증가는 당연한 수순이다.

과거 생보사들은 단기간 자산 규모를 늘리기 위해 저축성보험 판매에 매진했다. 그러나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및 건전성제도(K-ICS)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최근 저축성보험 비중을 의도적으로 줄이는 추세다.

문제는 이를 통한 이차 손실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생보사들은 과거 보험계약자에게 약속한 만큼의 저축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때문에 최소 비슷한 수준의 보험료 수입을 유지해야할 필요가 있는데 운용 규모가 해마다 줄고 있다.

생보사들은 이를 건강보험 등 보장성보험으로 메우고 있지만, 저축상품과 비교해 계약 건당 보험료 규모 차이가 크다. 같은 1% 수익률이라고 해도 자산규모에 따라 거둘 수 있는 투자수익은 다르다.

운용자산 규모를 늘리기 위해 이제와 다시 저축성보험을 판매하기도 어렵다. IFRS17 하에서 일반계정의 저축성보험은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부채로만 쌓여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준다.

과거 판매한 저축성보험 계약의 부담이율이 높다는 것도 문제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해 운용자산이익률과 부채부담이율간 차이를 나타내는 이원차스프레드(이차역마진 폭)가 전년(0.87%) 보다 0.05%포인트 늘어난 0.92%까지 벌어졌다. 한화생명도 지난해 이원차스프레드가 전년(1.00%) 대비 0.04% 늘어난 1.04%를 기록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현재 생보사들이 저축성보험 규모를 줄이고 보장성보험 규모를 늘리는 턴어라운드 과정에서 전체 수입보험료 규모가 줄고 있다”라며 “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과 비교해 계약 건당 금액이 더 크다. 판 상품 대비 운용자산 모수가 줄어들다 보니 생보사 수입의 원천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