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 규정 개정…리스크 큰 해외부동산 투자 장려해
“증권사 건전성관리 뒷전, 주거용 부동산 잡기만 급급”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부동산PF 리스크를 더욱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스크 관리 방안으로 내세운 ‘부동산채무보증비율’이 정작 높은 위험의 부동산PF에 투자를 장려하는 셈이 됐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건전성보다는 국내 부동산 옥죄기에 나선 정부정책에 보조만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이상의 부동산PF 채무보증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내용을 담은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예고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부동산PF 익스포저 건전성 관리 방안’의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개정안에서는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채무보증 비율을 ‘부동산채무보증비율’로 규정하고, 이를 최대 100%로 제한한다.

문제는 부동산PF 관련 리스크가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부동산PF 대상별로 채무보증금액에 반영되는 비율을 차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상별로 △국내 주거용 부동산은 100% △국내 상업용 또는 해외 주거용·상업용은 50% △국내외 사회기반시설(SOC)은 0% 등이다.

예컨대 자기자본이 1조원인 증권사는 국내 주거용 부동산PF에 제공할 수 있는 채무보증은 최대 1조원까지다. 

반면 국내 상업용이나 해외 주거용·상업용의 경우 최대 2조원의 채무보증이 가능하다. 만일 SOC에 투자한다면 무제한 채무보증도 할 수 있다.

국내 주거용 부동산만 옥죄고 나머지 국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나 해외 부동산 투자, SOC 투자의에는 오히려 규제를 약화한 셈이다. 

그러나 리스크 측면에서는 해외 상업·주거용 부동산, 국내 상업용 부동산, 국내 주거용 부동산 순으로 위험성이 높다. 

실제 지난해 국내 증권사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에서는 여러 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국내 증권사가 현지 실사나 상황 점검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현지 시행사에 사기를 당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부동산PF 관련 규제가 없다보니 증권사들은 암묵적으로 자기자본 대비 100% 내외의 채무보증을 허들로 삼고 있었다. 이번 개정안은 해외 부동산투자 등을 더 적극적으로 하라고 장려하는 셈”이라며 “향후 위험한 상업용 부동산이나 해외 부동산에 익스포저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개정안이 증권사의 재무건전성 제고 목적보다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을 보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재무건전성 관리보다는 부동산 옥죄기에 나선 현 정부의 스탠스와 맥을 같이 한다”라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는 거래 억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번 규정 신설을 통해 부동산 개발 등에 공급되는 자금 자체를 막으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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