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손실 감내하고 보험료 경쟁력 강화 의지
"당장은 마케팅에 활용…연중 인하 가능성 커"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메리츠화재가 이달도 예정이율 인하에 따른 장기보험의 가격 인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차마진 축소를 감내하더라도 보험료 경쟁력을 높이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오는 5월 31일로 미뤄진 상품개정 시기까지 장기보험의 예정이율 인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보험료에 영향을 주는 여러가지 요율 조정을 검토한 결과 예정이율은 인하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판단하에 내린 결정"라며 "이달 조정 계획은 없으며 아직 예정이율 인하와 관련해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예정이율이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까지 보험료를 투자해 낼 수 있는 예상수익률로,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가입자가 내야할 보험료는 오른다. 통상 예정이율이 0.25%포인트 낮아지면 보험료는 5~10% 이상 인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보험업감독규정 개정 반영 등 상품개정 시기를 기존 3월 31일에서 5월 31일까지 두 달 유예해준 바 있다. 이에 메리츠화재를 제외한 손보사 대부분은 4월 내로 예정이율 인하 및 상품개정을 마무리했다.

예정이율 조정 시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통상 4월 상품개정과 함께 예정이율을 조정한다. 기초서류 이중 변경 등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함이다.

메리츠화재가 이번 상품개정 시기에 보험료 인상 행렬에 동참하지 않은 건 올해 장기보험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승부를 보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상위 5개 손보사(삼성·현대·DB·KB·메리츠) 중 예정이율을 조정하지 않는 손보사는 메리츠화재뿐이다. 

다만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예정이율을 인하하지 않으면 이차손실(역마진)이 커질 수 있다. 나머지 보험사들이 예정이율을 인하한 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가 0%대(0.75%)로 떨어지자 이에 따른 역마진을 방어하기 위해서 였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받아 굴려 낼 수 있는 수익은 한정적인데,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금리는 그대로 유지돼 두 이율차로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는 그간 채권매각을 통한 투자영업이익으로 이차마진 감소를 방어해왔다. 시장금리 하락에도 지난해 투자영업으로 1조2918억원의 이익을 내고 6.95%의 업계 대비 높은 운용자산이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채권매각을 통한 이익실현은 이제 한계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는 이차마진 감소에 따른 영업 손실을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큰데도 예정이율 동결이란 강수를 뒀다는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예정이율을 인하했음에도 메리츠화재는 추가적인 보험료 인상 부담으로 예정이율 인하를 하지 못했다. 이를 영업 전략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다만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연중에라도 예정이율을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메리츠화재는 4월에 경험위험률을 개정하고 손해조사비를 올렸다. 이에 기존 대비 약 10% 수준의 장기보험 보험료 인상이 이뤄졌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