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덕에 대출 및 수수료 수익 성장 청신호
암울한 은행권 2분기 전망에도…"상승세 이어갈 것"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은행업 전반에 불황이 닥친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며 미소짓고 있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 잠정치는 3조2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000억원(-17.5%) 감소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총대를 멘 국책은행과 지역 영업에 의존하는 특성상 경기침체 타격을 많이 받는 지방은행의 당기순이익이 크게 떨어진 영향이 컸다.

시중은행의 경우 아직 1분기 실적에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되지 않아 전년 동기와 비슷한 당기순이익을 거뒀으나, 당국 주문에 따른 소상공인 대상 초저금리 대출 확대로 예대금리차가 줄어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면서 2분기 실적 부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의 NIM은 역대 최저 수준인 1.46%에 그쳤다. 예대금리차 역시 1.84%로 전년(2.02%) 대비 급감했다.

은행업에 드리운 먹구름이 카카오뱅크만큼은 비껴나간 모습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3% 증가한 185억원을 거뒀다. 이는 출범 2년 만에 첫 흑자를 달성한 지난해 전체 순이익(137억원)보다도 35.0%(48억원) 많은 수치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NIM는 지난해 말(1.41%)보다 0.13%포인트 늘어난 1.54%를 기록하며 은행권 전반의 NIM 하향 흐름과 반대 행보를 보였다.

카카오뱅크가 올해 1분기 뚜렷한 성장세를 그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른 은행과 달리 일정 부분 코로나19 수혜를 누린 데 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 3월 신용대출 잔액은 13조8910억원으로 전달보다 9445억원이나 늘었다. 1월에 1153억원, 2월에 3689억원 수준으로 잔액이 쌓이다 3월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통상 설 연휴 이후부터 새 학기를 앞둔 3월까지는 1년 중 가장 이사가 많아 대출 성수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이사 수요가 줄어든 상황이다.

또 경영악화로 긴급자금 융통이 필요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수요가 정부 지원 초저금리 기업대출을 판매하는 기업은행과 시중은행으로 몰려, 기업금융을 영위하지 않는 카카오뱅크는 코로나19 관련 대출 확대와도 무관하다.

업계는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잔액이 주식투자자금 목적의 대출분으로 급증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식 폭락 장을 투자 기회로 보고 빚을 내서라도 주식을 사들이려는 개인투자자 수요가 전(全) 대출 과정이 비대면으로 간편하고, 모든 상품에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카카오뱅크로 쏠렸다는 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 대출이 급증하고 있으나 코로나19 관련 대출 비중이 커 건전성 측면에서 좋지 않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경우 해당 리스크가 없는 대출 증가로 질적 수준이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카카오뱅크의 수수료손익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뱅크의 주식계좌개설 신청서비스는 지난해 3월말 28만5000계좌에서 올해 3월말 177만7000계좌로 크게 늘었다. 올해 1~3월말에 증가한 주식계좌개설 신청서비스만 65만계좌에 이른다.

카카오뱅크에 대한 개인투자자들 수요가 대출에 그치지 않고 투자계좌 개설 채널 활용으로도 이어지면서 주식계좌 신청서비스 이용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언택트(Untact·비대면) 금융 활성화로 금융자동화기기(ATM) 사용이 줄어들게 된 것도 수수료손익 개선에 도움이 됐다. 카카오뱅크는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는 대신 ATM 수수료를 소비자 대신 내주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 순수수료 손익으로 3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148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00억원이 넘는 실적 개선세를 이끌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견조한 대출자산 성장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와 수수료 부문의 적자폭이 개선되며 1분기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2분기에도 지난달 출시한 제휴 신용카드 발급에 따른 수수료 수입 확대로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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