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뱅킹 활성화 이후 은행권 텔러 채용 규모 급감
텔러자격증 시험에 매년 수천명 몰려…경단녀·고졸 多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경력단절 여성과 고졸 취준생의 유망직종 중 하나로 꼽히는 텔러(teller)에 대한 은행권 신규 채용이 사실상 중단됐다.

핀테크 활성화에 따른 단순 업무 자동화 및 영업점 수 감소에 의한 결과인데, 취업 수요는 여전히 넘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올해 텔러 직군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잠정 연기됐던 신입 행원 공개채용이 재개됐으나 디지털, 정보기술(IT) 투자(IB), 자금 등 전문 직군으로만 한정해 선발하다 보니 입·출금, 리테일, 개인금융 등 창구에서 일반 업무를 취급하는 텔러 채용을 기다렸던 경단녀, 고졸 출신 취준생의 한숨이 깊다.

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모바일뱅킹이 본격적으로 활성화하기 시작한 지난 2018년부터 텔러 채용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5년 123명, 2016년 116명, 2017년 176명의 텔러를 채용해왔나 2018년에는 57명을 뽑는 데 그쳤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5년 95명에서 2018년 71명, 하나은행은 KEB외환은행과 합병 직후인 지난 2016년 36명에서 2018년 20명 채용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2015년 160명에서 2018년 200명으로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텔러 신규모집 인원수가 늘었으나, 지난 2017년 말 벌어진 채용비리 사태 이후 특성화고·보훈 특별채용 규모를 더욱 확대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텔러 채용시장 분위기도 썰렁하긴 마찬가지였다. 은행들은 정확한 텔러 채용 규모를 공개하진 않았으나 대략 전년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인원의 텔러를 채용했다고 밝혔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영업점 수 축소에 따른 텔러 직군 감소는 불가피한 현실”이라며 “점진적으로 그 규모를 줄여왔으며, 최근에는 텔러 채용의 주를 이뤘던 고졸 전형도 디지털 인재 확보를 위한 디지털·ICT 특성화고 출신으로 바뀌어 폭이 좁아졌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전반적인 채용 규모가 줄어듦에 따라 텔러 신규모집이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 텔러 직군 취업을 희망하는 수요는 여전히 많다.

금융위원회를 주무부처로 한국금융연수원이 발급·관리하는 민간자격증 은행텔러 시험에는 매년 수천 명의 응시생이 몰린다. 은행 창구업무 관련 종합적인 실무처리능력을 검증하는 이 자격증을 보유하면 텔러 취업 및 승진에서 우대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민간자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텔러 자격시험에는 2880명이 응시해 전년(834명)보다 71명 늘어난 905명이 취득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월 예정됐으나 코로나19로 연기됐던 올해 은행텔러 자격시험은 오는 6월 27일 치러질 예정이며,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응시생이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금융연수원 관계자에 따르면 “은행텔러 자격증 응시생이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더 빨리 축소되고 있는 텔러 취업 시장에 비하면 응시율은 꾸준히 높은 편”이라며 “응시자격에 나이 등 제한이 없다 보니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는 경단녀, 특성화고 졸업예정자들의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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