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 높아져 레버리지 시장 고사 위기
삼성운용 점유율만 84%…수익 급감 전망도

<대한금융신문=최성준 기자> 원유 관련 상장지수증권(ETN)으로 촉발된 금융당국의 상장지수상품(ETP) 건전화 규제가 삼성자산운용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이번 방안은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골자로 한다. 삼성자산운용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운용사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금융위원회는 레버리지 ETP 상품에 기본예탁금 제도 도입, 투자자 사전교육 의무화 등의 내용을 포함한 ETP(ETF·ETN)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본예탁금은 선물·옵션,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파생상품을 처음 거래할 때 증권사에 내야 하는 금액이다. 통상 위험도가 큰 상품의 진입장벽을 높일 목적으로 설정된다.

이번 건전화 방안으로 레버리지 ETP 상품에 기본예탁금 제도가 도입되면 해당 상품을 투자하려는 투자자는 기본예탁금 1000만원을 내야 한다.

이에 레버리지 ETP 시장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규 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져 새로운 투자자금이 들어오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ETP 상품과 비슷한 주식워런트증권(ELW)의 경우 지난 2010년 금융 당국 규제로 시장규모가 2010년 43조원에서 2013년 1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이 뼈아프다. 삼성자산운용의 레버리지 ETF 순자산총액은 6조4791억원으로 전체 레버리지 ETF 시장의 84%를 차지하고 있다. 

레버리지 ETF 시장 점유율이 높았던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규제로 레버리지 ETF 시장이 크게 줄어들면 ETF로 얻는 수익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ETF보다 레버리지 ETF는 운용보수가 높아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더 큰 수익원이다. 같은 지수인 코스피 200을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과 KODEX 레버리지의 총 보수는 각각 0.150%, 0.640%이다.

ETF 보수는 일할 계산으로 차감되지만 단순히 연 보수 기준으로 계산하면 순자산이 3조79억원인 KODEX 레버리지의 보수는 연 192억5000만원이다. 순자산 4조9614억원인 KODEX 200의 보수는 연 74억4210억원이다. 순자산은 KODEX 200이 약 2조 가량 더 많은데도 보수는 KODEX 레버리지가 2배 이상 더 높은 것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시장이 너무 과열돼 있었고 이를 진정시키는 것은 타당한 조치”라며 “운용사 입장에서는 순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투자자들이 상품에 대해 정확히 알고 안전하게 투자해 성과를 얻고 순자산이 증가하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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