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불예금 2달 새 10.5%↑ 저원가 수신비중 확대
잔액 상승분 유지 어려워…”스쳐 지날갈 자금 불과”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요구불예금 급증에도 좀처럼 미소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상 저원가성의 요구불예금 확대는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이번만큼은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이 보유한 요구불예금(말잔)이 코로나19 확산과 동시에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말 219조9590억원에서 지난 2월말 238조6092억원으로 8.47% 급증했으며 3월말에는 전월보다 1.90% 추가 상승한 243조163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가계부문 요구불예금(말잔)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4분기 83조~85조 수준을 유지하던 가계 요구불예금은 지난 1월말 88조6943억원에서 2월말 92조3730억원, 3월말 95조6139억원으로 3개월 새 11.49%가 늘어났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지급을 원하면 언제든지 조건 없이 지급하는 예금을 말한다. 인출이 자유로운 대신 지급 이자가 0%대로 매우 낮아 은행에 원가 부담이 거의 없으며 확보하면 할수록 저원가성 수신 잔액 비중이 높아져 예대율 방어 및 예대마진 확대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은행들은 최근 요구불예금 증가세에도 시큰둥한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 개선에 무의미한 전개라는 판단에서다.

업계는 지난 3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빅컷(0.50%포인트 인하) 단행 이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금융소비자의 부동자금과 코로나19 사태에 생활이 어려워져 해지된 대규모 적금이 요구불예금 증가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4월말 기준 정기 적금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1조5981억원(4.0%) 감소한 38조369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변동성 확대로 갑자기 불어난 요구불예금은 잔액 상승분이 긴 시간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자금 운용에 사용하기에 안정적이지 못하다.

요구불예금 회전율(회/월)은 지난 1월 18.7회에서 2월 17.1회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이래 지난 3월 19.5회로 다시 올라섰다.

예금회전율은 예금지급액을 예금잔액으로 나눠 구한다.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경제주체들이 예금을 은행에 예치해 둔 채 좀처럼 꺼내 쓰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는 의미다. 반대로 회전율이 높으면 자금 수요가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고객의 충성도가 높아 동 예금 잔액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을 둔다”며 “요구불예금은 총 잔액 보다 유보율이 중요한데, 최근 급증세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스쳐 지나갈 자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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