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회장, 새디지털 비전 선포하며 ‘골든타임’ 주장
이재용 부회장, 반도체 주도 위해 “때를 놓치면 안된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시기는 얻기는 어려우나 잃기는 쉽다.” 사마천의 <사기> 중 ‘제태공세가’에 나오는 말이다. 좋은 시기는 얻기가 매우 힘들고 잃기는 너무나 쉽다는 뜻이다. 이 글은 <회남자>에도 나타난다.

“성인은 척벽(큰 보물)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촌음을 아꼈다. 시간은 얻기는 어려워도 잃기는 쉽다”〈원도훈〉는 구절이다.

시재불가실(時哉不可失). ‘이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뜻의 이글은 <서경> ‘태서상’이 원전이다. 그런데 뜻이 좋아서일까. 이 대목은 여러 곳에서 되풀이돼 사용된다. 고려 때 문신 이색은 봄바람 부는 계절, 눈에 꽉 차게 들어오는 풍광을 보고 소년들과 모여서 놀아야겠다고 시를 읊으면서 이 구절을 사용하기도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간에 대한 글은 차고 넘친다. 그만큼 소중한 대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모두 시간의 소중함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 <장자> ‘소요유’ 편에는 “때맞춰 비가 내렸는데도 여전히 물을 끌어다 대면 그 물은 소용이 없다”고 쓰여 있다.

차고 넘치는데 더 내리는 비가 무슨 소용 있겠는가. 즉 적시성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이 글의 속뜻은 현명한 사람들이 이미 그 지위에 올라 있는데 굳이 나 같은 사람이 벼슬에 나설 이유가 있겠는가이다.

올해 가장 많이 우리 입에 오를 단어는 아마도 ‘시간’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경제가 모두 뒷걸음질을 친지 수개월째인데다 그 끝을 내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나 백신은 촌각을 다투면서 개발 경쟁을 벌일 것이고, 멈춰선 경제를 재시동 걸기 위해 다양한 재정정책들이 펼쳐질 것이다. 이러한 정책 결정의 순간마다 우리는 ‘골든타임’을 입버릇처럼 말하게 될 것이다.

과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사용할 이 단어가 지난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말을 통해 등장했다.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주 중국 시안을 방문한 뒤 언론에 내놓은 그의 어록이다.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생산기지인 시안 반도체공장은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다. 이곳을 찾아 내놓은 이 메시지는 반도체 산업에서 우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2기 공장 건설공정 등의 점검도 있었겠지만, 임직원과 투자자들에게 ‘삼성은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는 모습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은 지난 15일 그룹의 새로운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가지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바람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넥스트 노멀(새표준)이 됐다”고 말하고 “지금이 디지털 혁신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의 발전은 비대면 관련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어졌다. 웬만한 금융업무는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 시기에 코로나19가 발생해 해당 기술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당연히 디지털 혁신의 골든타임을 맞이한 것이다.

손 회장은 그래서 그룹 내에 ‘디지털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또한 계열사의 CEO와 지주사의 전략, 재무, IT부문장을 포함시킨 혁신위원단까지 구성했다.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트렌드에 최대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그룹 내의 젊고 혁신적인 직원들로 ‘블루팀’도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의 상징을 손 회장은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지털’이라는 비전에 함축시켰다. 그래서 디지털 혁신을 두고 벌이는 대형 금융지주사간의 경쟁도 그 끝을 알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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