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생보사 1분기 방카 실적 전년동기 대비 45% ↑
“판매상품 규제로 일시적 효과…건전성 타격 있을 것”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은행 창구에서 저축성보험을 찾는 고액자산가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은행의 고위험 사모펀드 판매 제한과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반등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방카슈랑스(은행 내 보험판매) 채널을 운영하는 22개 생명보험사의 올해 1분기 방카슈랑스 실적(일시납+월납)은 1조637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272억원)보다 약 45%나 늘었다.

방카슈랑스는 채널 특성상 판매하기 어려운 보장성보험을 제외하고 저축성보험을 집중적으로 판매한다.

생보사의 저축성보험 신계약 보험료가 늘어난 건 방카슈랑스 판매에 대한 은행의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불완전판매 논란 때문에 은행은 고위험 사모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 제한을 받고 있다.

이에 저축성보험이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대체 영업 수단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에서 보험을 팔면 거두는 모집 수수료율은 전체 납입보험료의 1.5~2.5% 수준이다. 고액 계약이 이뤄지는 방카슈랑스 특성상 은행서 챙길 수 있는 수수료도 많다.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변동성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로 인해 급락했던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자 지수 반등 기대감에 변액보험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정 기간과 금액 요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은행 예금보다 높은 이율에 비과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가입 유인이 크다.

저축성보험은 월납은 매월 150만원, 일시납은 1억원까지 이자소득세(수익금의 15.4%) 비과세가 된다.

일각에선 저축성보험 판매 증가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생보사들은 최근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및 건전성제도(K-ICS)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저축성보험 비중을 의도적으로 줄여왔다. 

IFRS17 제도하에서는 저축성보험에서 지불해야하는 이자를 부채로 인식하기 때문에 쌓아 둬야 할 책임준비금이 커진다.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 회사는 제도 도입 시 자본잠식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저축성보험의 최저보증이율도 생보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최저보증이율은 아무리 금리가 낮아져도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다.

저금리 상황에서 생보사들의 자산운용수익률은 매해 하락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저축성보험을 확대하면 이차역마진을 가중시킬 수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은행의 고위험 금융상품 규제가 강화되자 방카슈랑스 판매 유인이 높아지고 증시 반등 기대감에 일시적으로 변액연금 등 저축성보험에 수요가 몰린 것”이라며 “잠깐 자산 규모를 늘리기 위해 다시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을 높이는 생보사들의 경우 향후 재무건전성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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