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상공인 지원한다더니…은행 내부등급 컷오프
대출액 95% 정책기관 보증에도 거래실적 심사 반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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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 거래 정보가 적은 저신용자에게 2차 금융지원 긴급대출의 문턱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2차 긴급대출 제도가 시행된 첫 주(5월 18~22일) 동안 총 3만1142건, 약 3144억원 규모의 대출 신청 접수가 이뤄졌다.

중·저신용자 소상공인 대상의 1차 대출 조기 소진으로 추진된 2차 대출은 정부가 확보한 10조원 규모의 재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출한도는 1000만원이며 신용등급에 따라 연 3~5% 수준의 금리가 책정된다.

1차 대출은 신용등급에 따라 시중은행(고신용자), 기업은행(중·저신용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저신용자)으로 판매창구가 분산돼 있었다. 반면 2차 대출은 은행에서 신용등급 구분 없이 모든 소상공인의 대출 심사 및 집행을 맡고 있다.

또 2차 대출은 정부가 이자차액을 보전해주는 1차 대출방식과 달리 신용보증기금이 대출액의 95%를 보증한다. 만약 은행이 1000만원의 대출을 실행했다면 이 중 50만원에 대해서만 부실 위험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은행의 미회수 리스크 부담이 훨씬 낮아졌다.

정부는 이러한 보증부 방식의 지원이 중·저신용자들이 은행 판매 긴급대출에서 소외되는 경우를 방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차 대출에서 일부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사각지대가 생겨나는 모습이다. 긴급대출 판매처가 은행으로 일원화되면서 모든 긴급대출 심사에 민간 신용평가(CB)뿐만 아니라 은행 내부 신용평가(CSS)가 더해진 탓이다.

은행은 이번 2차 대출에서 신청자 CSS등급이 C등급(은행별로 명칭 상이) 이하일 경우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 은행 평가 프로세스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통상 C등급은 CB 7등급 이하에 당행 실적도 부족한 경우가 해당한다.

영세 소상공인들은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은행 거래내용이 적다. 이에 CSS등급이 보유 CB등급보다 불리하게 매겨질 가능성이 크다.

한 소상공인은 “모든 소상공인이 은행을 통해 2차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해서 방문했는데 CSS등급 미달로 퇴짜맞았다”라며 “1차 대출엔 CSS 심사가 필요 없는 소신공인진흥공단 직접대출이 있었으나 조기 소진돼 받지 못했었는데, 은행 판매로 통합된 2차 대출부터는 저신용자를 위한 대출 지원이 아예 없어져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CB등급과 CSS 등급 간의 괴리는 1차 대출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1차 대출에서 신용 1~3등급의 소상공인들은 은행을 통해 접수할 수 있었는데, CB등급으로 신용 기준을 충족했음에도 CSS등급이 기준에 못 미쳐 대출이 부결 나거나 한도가 줄어드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했다.

이에 지난달 금융당국은 CB등급만 맞으면 CSS등급에 상관없이 1차 대출이 실행될 수 있도록 은행에 요청하기도 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이 집행하는 대출에 CB등급만 보라는 건 일말의 리스크까지 모두 떠안으란 말과 같다”라며 “2차 대출은 정책금융기관에서 95%를 보증해주긴 하지만, 채권 자체를 보전해주는 것은 아니기에 신용판단이 서지 않는 긴급대출까지 모두 수용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신 2차 대출에 설정된 CSS등급 충족 요건은 제도권에서 내릴 수 있는 최저 수준”이라며 “신청 조건에 미달할 정도의 극저신용이라면, 접수가 진행됐더라도 신용보증기금 보증서 발급 단계에서 부결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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