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등록된 국내·해외 패스포트 펀드 0건
운용업계 “구체적 체계 마련 안 돼 준비 어려워”

<대한금융신문=최성준 기자> 회원국 간 펀드 교차 판매가 가능해지는 펀드 패스포트 제도가 시행됐지만 실제 해외 판매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제도가 시행됐다.

아시아 펀드 패스포트 제도는 회원국에서 패스포트 펀드로 등록된 펀드는 여권을 가진 것처럼 다른 회원국에서 쉽게 등록해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회원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호주, 뉴질랜드, 일본, 태국 총 5개국이다.

일정 요건을 갖춘 자산운용사들이라면 금융감독원 심사를 통과한 패스포트 펀드를 회원국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역으로 해외 자산운용사도 해외 당국의 심사를 거쳐 등록된 펀드를 국내에 판매할 수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패스포트 펀드 활성화로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 진출의 기회가 생기고 투자자의 펀드 선택권이 확대돼 펀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패스포트 펀드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작 패스포트 펀드를 등록하고 판매해야 할 자산운용사들도 미온적인 반응이다. 현재 회원국 자산운용사 가운데 패스포트 등록 신청을 한 곳은 없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구체적인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펀드 해외 판매를 위해 패스포트 펀드를 준비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외에 펀드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과세 적용 방식, 환율, 수탁회사 선정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는 것이다. 

상품 개발 준비 기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 출시에 앞서 현지 시장조사가 필수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펀드 판매고를 높이기 위해선 국내 투자자와는 다른 수요를 가진 해외 투자자들의 입맛에 맞춘 펀드 설정이 필요하다. 

펀드를 설정하고 패스포트 펀드 등록을 마친 이후도 문제다. 해당 국가에서 상품을 판매할 때 필요한 판매 채널과 마케팅을 준비해야 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패스포트 제도가 시행됐지만 현실적으로 펀드를 역외에 팔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것들이 준비가 필요하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준비가 안 돼 있어 당장 상품이 나오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럽의 펀드 패스포트 제도(UCITS)의 경우 활성화까지 20년 걸렸다. 우리는 이를 벤치마크하는 입장으로 이렇게 오래 걸리진 않겠지만 단기간 내 활성화는 어려울 것”이라며 “아직 시행 초기단계로 다른 규제를 가진 나라들이 모여 큰 틀의 규제를 만든 것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회원국끼리 협의를 거쳐 상품이 출시되고 활성화하기 위한 세부적인 방안을 논의해 조율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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