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김종배 교수

마케팅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것을 기업이 제공하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기업에 보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기업의 모든 활동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신제품의 개발, 제품 가격의 책정, 유통망의 개설 또는 광고물의 제작을 실제로 착수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이러한 광고물을 보고 물건 파는 곳을 찾아가서 지갑을 열고 물건을 사려는 소비자의 마음과 행동이다.

기업이 마음에 들게 활동하는 지를 판정하고 선택하는 최종평가자는 소비자이다. 이러한 결정권자인 소비자를 도외시하고 기업 활동을 기업 마음대로(?) 한다면 소비자 역시 이러한 기업을 도외시한다. 

수년전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MBC의 ‘나는 가수다’에서 매주 살아남은 가수는 화려하고 웅장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가수도 아니었고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고집한 가수도 아니었다. 경연 당일 투표권을 가진 청중이 감동하고 공감한 가수만이 계속 살아남았다.

음식점 주방장은 자신이 가장 잘 만드는 것 또는 자기가 팔고 싶은 것을 내놓고 싶겠지만, 손님은 자기가 원하는 식사를 하고 싶을 뿐이다.

배가 고파 쓰러질 듯한 사람, 급히 먹고 어디로 가야 하는 사람은 빠르게 나오는 음식이라면 뭐라도 환영한다. 예쁜 상차림, 음식 본연의 맛을 내기 위한 시간 지체는 바라지 않는다.

소비자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기업에게는 따스한 눈길을 주고 더 나아가 기꺼이 지갑도 열어 준다.

그러나 종종 기업은 이러한 원칙을 잊고 있거나 또는 가볍게 여긴다. 치열한 경쟁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를 왜 원하는지(또는 원하지 않는지), 언제 원하는지 등을 세심하고 민감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능력, 즉 공감은 기업 성공의 열쇠이다. 

공감(共感, empathy)이란 타인의 생각, 감정, 의견, 욕구 등을 자신도 동일하게 느끼는 것이다. 즉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공감이다. 그런데 타인을 자신처럼 이해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시각과 관점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초적 성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 지식, 훈련이 필요하다. 오래전 호주의 대학은 간호학과 학생들의 간병자세를 개선하기 위해 색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간호학과 신입생들이 인간의 슬픔, 상실감 및 정신적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게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나 재닛 프레임의 ‘내 식탁의 천사’와 같은 소설을 읽게 했다.

이러한 교육은 기존 졸업생들의 전문적 숙련도는 높지만 환자의 마음을 읽고 이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반성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와 같이 공감은 기업뿐 아니라 우리 주변 삶의 모든 곳에서 중요시된다. 어떠한 대상에 대해 공감하려면 그 대상에 대해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야 하고 자주 봐야 하고 또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상 그 자체가 돼보려고도 애써야 한다. 이와 관련된 문구 몇가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고뇌는 내가 갈아입는 옷 중 하나이니/나는 상처받은 사람에게 어떤 기분인가 묻지 않는다/내 스스로 그 상처받은 사람이 된다” (월트 휘트먼의 ‘나의 노래’)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오랫동안 걸어보기 전까지는 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 (인디언 속담).

“어떻게 내 맘을 알고 이런 기능을 집어 넣었을까?” “내가 그동안 원했던 것이 바로 이러한 서비스야!”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이렇게 썩 맘에 드는 제품을 만들고 기분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은 기업이 소비자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한편 현대 사회에서 중요시 되는 배려는 공감이 전제가 된다. 힘 있는 사람이나 조직이 힘 없는 사람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를 배려해주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에서는 파워를 가진 계층이 상대적으로 공감과 배려에 정성을 덜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감과 배려는 코로나바이러스-19로 한층 살기 어려워진 요즘과 같은 세상에서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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